[전두환 재산압류] 全 전 대통령, 검사에게 “수고많다… 국민에 면목없어”

입력 2013-07-16 18:23 수정 2013-07-16 22:41

압류절차가 진행된 16일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는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압류절차를 지켜보기 위해 기자 80여명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경찰이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경비중대를 투입해 사저로 통하는 골목 80m를 막아서며 실랑이도 벌어졌다.

압류절차는 오전 9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 팀장을 맡고 있는 김민형 검사가 수사관 6명을 데리고 사저 문을 두드렸다. 김 팀장은 오전 7시30분쯤 사저 인근에서 대기하다 오전 9시 다른 압수수색 팀과 동시에 행동에 돌입했다.

검찰이 들어갔을 때 사저에는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도 있었지만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다. 검찰은 압류집행 직전 전 전 대통령 전담 변호사에게 연락해 압류절차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측에서 나름대로 ‘오케이’ 해서 무리 없이 압류절차를 진행했다”고 했다.

검찰은 은닉 재산이 보관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저 지하층부터 각 층 모든 방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시가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故) 이대원 화백의 200호 작품(200㎝×96㎝) 1점 등 8∼9개 고가 물품에 대해 ‘빨간 딱지’를 붙였다.

사저 압류는 오후 4시28분 종료됐다. 검찰은 사저에 압류품 없이 은색 스타렉스 차량을 타고 돌아갔다. 전 전 대통령은 압류 절차를 지휘하는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모습만 보여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골목 양쪽 입구에 노란색 철제 바리케이드와 통제선을 설치하며 하루 종일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경찰은 사저 인근 초소 3곳에 경비대를 비상 배치하기도 했다. 기자들이 여러 차례 골목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은 “(출입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지만 정부 요인이고 국가적 위신문제도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라며 강하게 저지했다. 경찰의 통제로 일부 방송사들은 헬리캠을 띄워 현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찰이 떠난 이후에도 사저 앞 골목을 완전 봉쇄했다.

검찰은 이날 시공사 등 전 전 대통령 은닉재산 관련 압수수색 때 고가 미술품 확보를 위한 특수수송 장비 차량도 동원했다.

전웅빈 나성원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