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산압류] “1672억 추징금 찾아라” 法 발효 4일만에 ‘번개작전’
입력 2013-07-16 18:22 수정 2013-07-16 22:41
검찰은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발효된 지 4일 만에 전격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과 자녀 소유의 회사 등 18곳을 압류·압수수색했다. 검찰은 1672억원 추징금 미납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일부 재산을 빼돌리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서둘러 ‘작전’에 나섰다.
◇재산 빼돌리려는 정황, 서둘러 집행=전두환 추징법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12일부터 발효됐다. 법안에는 공무원이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을 끝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몰수·추징 시효를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추징 대상을 가족 등 제3자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15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16일 집행에 들어갔다.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 외에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대검찰청 과학수사 요원까지 87명이 동원됐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법이 공포돼 압수수색 영장 집행 요건이 완화됐고, 법원도 법이 바뀐 취지에 따라 영장을 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만큼의 전 전 대통령 은닉·차명재산 관련 소명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자녀들이 소유한 회사들 간의 수상쩍은 자금 거래를 주목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최근 재산을 빼돌리고 추가로 감추려 한 정황도 잡았다. 한 검찰 간부는 “은닉재산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장남 전재국씨가 이리저리 재산을 일부 제3자 쪽으로 돌려놓으려 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대통령·검찰총장 의지도 반영”=검찰은 지난 5월 24일 전담팀을 만들었다. 100일 이내에 전 전 대통령 은닉 재산을 찾아내 국고에 환수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비상한 각오로 계좌추적, 부동산 등 자산추적, 압수수색 등 입체적·다각적 방법을 총동원하라”고 수사팀을 독려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을 못해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이번에는 의미있는 성과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로서는 전체 추징금의 24%인 533억원만 납부한 전 전 대통령 재산을 본격 파헤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던 것이다.
관건은 은닉재산 입증 여부다. 이날 압수한 재산도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또는 비자금과 연결됐다는 증거가 나와야 추징이 가능하다. 검찰은 그동안의 단순 추징금 집행에서 나아가 ‘단서가 나오면’ 즉시 본격 수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여러 금융기관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 거래 내역 자료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전재국씨가 2004년 7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재산을 도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확인해 나갈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류·압수수색을) 하긴 했는데, 미납된 추징금만큼 다 나오면 좋지만, 안 나오면 망신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향후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