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검은돈’ 꼬리 잡는다… 檢, 자택 자산 압류

입력 2013-07-16 18:09 수정 2013-07-16 22:54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받아내기 위한 재산 압류 절차에 전격 착수했다. 1997년 4월 대법원의 뇌물죄 확정 판결로 추징금 2205억원이 부과된 이후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은닉재산에 대해 전면 추적에 나서긴 처음이다.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던 전 전 대통령 자택에서는 1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그림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은 16일 오전 9시부터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에 대해 재산 압류 처분을 진행했다. 또 도서출판 시공사, 경기도 연천의 허브 농장 허브빌리지, 부동산 개발회사 비엘에셋 등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업체 12곳과 전 전 대통령 두 아들과 딸,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처남 이창석씨 등의 자택 5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사실상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관련 단서가 있을 만한 곳 모두가 포함됐다.

전담팀장 김민형 검사와 수사관 등 7명은 전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 국세징수법에 따라 집 안에 걸려있던 서양화가 이대원(1921∼2005) 화백의 그림(202㎝×106㎝)에 ‘압류물표목’, ‘빨간 딱지’를 붙이는 등 10점 안팎의 주요 동산을 압류했다. 이 화백의 작품은 시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혹시 존재할 수 있는 비밀금고 등도 수색하기 위해 금속탐지기도 동원했다. 당시 자택에 머물던 전 전 대통령 내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집행문을 내보이고 상황을 설명하자 “알겠다”며 순순히 집행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옛 서울지법 서부지원 집행관이 2003년 전 전 대통령 자택 동산에 대해 압류 조치를 했지만, 검찰이 방 안까지 진입하긴 처음이다.

검찰은 나머지 일가 자택과 관련 사무실은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3에 따른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검찰은 은닉재산 관련 서류, 회계 장부, 금융거래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전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씨가 소유하고 있는 시공사의 경기도 파주 사옥 1층 창고에서 고가의 그림과 도자기 등 190여점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술품들은 국가 운영 미술관에 보관됐다가 비자금 관련성이 확인되면 공매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1000억이 됐든, 100억이 됐든 비자금과 거기서 유래된 재산을 최대한 찾아내 추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