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상수도관 수몰 참사는 전형적 ‘人災’… 물 밀려오는데 ‘카톡’ 사진 한 장으로 위험 알려
입력 2013-07-16 18:06 수정 2013-07-16 23:34
서울 노량진 상수도관 수몰사고는 안전불감증 때문에 벌어진 전형적 인재(人災)였다. 한강 수위가 급격히 불어 인부들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하청업체 팀장은 현장소장에게 한강을 찍은 ‘카카오톡’ 사진 한 장만 달랑 보내 ‘위험’을 알렸다. 또 ‘물이 범람하면 철수한다’는 작업 매뉴얼만을 믿고 유입수 차단시설 등 안전 설비를 갖추지 않았다.
◇수몰 직전 대피한 생존자 “인터폰 없었다” 주장=경찰은 사고 당시 상수도관 내부에서 사고자들과 있었던 40대 남성을 상대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실종자 김철덕씨의 친척인 정요수씨는 “상수도관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이원익씨가 사고 직전 물이 차오르던 순간까지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에 따르면 한 인부가 작업장 내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자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 철수하자’라고 했고, 다른 인부들과 함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었다고 했다. 50m 정도 걸어나온 순간 바람이 심하게 불었고, 인부들 8명은 모두 넘어졌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천공기가 들어가는 레일, 파이프 등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 뛰기 어려웠다. 이씨도 뛰어 나오다 넘어져 정강이에 찰과상을 입었다. 정씨는 이씨의 말을 빌려 “시공사는 2시10분쯤 인터폰으로 경고 연락을 해왔다고 하는데, 그랬다면 모두 걸어서 탈출했을 것”이라며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홀한 대처=상수도관 공사를 함께 진행 중인 4개 건설업체 관리자 4명은 15일 오전 10시 함께 공사현장을 둘러봤다. 이들은 당시 팔당댐 방류랑이 초당 6000∼8000t이어서 공사를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후 12시30분 팔당댐이 방류량을 늘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방류된 물이 노량진까지 오려면 2∼3시간 걸리는데 이때 작업을 중단했다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현장 감리단장은 16일 “‘한강 수위가 높아지거나 팔당댐 수위 변화가 생기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대피하라’는 매뉴얼이 있다”며 “교육을 많이 했기 때문에 당연히 빠져나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시공사 측은 “(한강 상류인) 강원 북부지역 강수량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당시 서울에 내린 비는 시간당 2㎜에 불과해 그냥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공사 매뉴얼에는 ‘위급 상황 시 철수’란 내용만 적혀 있을 뿐 작업자들이 대피할 시설은 없었다. 수도관 터널 끝의 ‘차단막’은 지하수 등 소량의 물을 임시로 막아둘 뿐이었다.
◇위급 상황에 달랑 ‘카톡’만=15일 오후 4시13분 박종홍 현장소장의 휴대전화에 ‘카카오톡’ 메시지로 사진 한 장이 전송됐다. 하청업체인 동아지질 공사팀장이 보내온 사진에는 범람 위기에 놓인 한강과 공사장 모습이 찍혀 있었다. 위험 수위(6.8m)에서 10∼15㎝밖에 남지 않았을 때다. 놀란 박 소장은 메시지를 보고 동아지질 관리자에게 전화로 ‘작업 중단’을 지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작업이 계속됐다. 박 소장은 “전달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아지질 강기수 전무는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철수하라는 연락을 받은 건 없다”고 주장했다.
김유나 박은애 전수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