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변호 전략 바꾸나… 항소심 결심공판 앞두고 변호사 전격 교체
입력 2013-07-16 18:07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를 심리 중인 항소심 재판부가 변호인 측이 ‘무죄의 증거’라며 제출한 전화통화 녹음 및 녹취록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16일 김원홍 전 SK 고문과 최재원 부회장의 통화가 녹음된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녹음 시점은 최 부회장이 검찰 2차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 다음날인 2011년 12월 8일이었다.
김씨는 통화에서 “너(최 전 부회장)는 450억원이 송금된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고 물었고, 최 전 부회장은 “이전엔 아무것도 몰랐고 검찰 내사 받으면서 알게 됐다”고 대답했다. 통화 내용대로라면 최 부회장이 검찰에서 한 진술은 허위 자백인 셈이다. 이어 김씨는 “자기(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살려고 너희 형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며 김 전 대표를 비난하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는 검찰 조사와 1심 재판에서 최 회장 형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적이 없다”며 “대화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 변호인단은 1심에서 ‘김 전 대표와 최 부회장의 공동범행’이라는 전략을 구사했다. 최 회장은 몰랐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1심에서 최 회장이 구속됐다. 항소심 변호인단은 ‘김 전 대표와 김 전 고문의 범행’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최 회장 측이 증거로 제출한 녹음 파일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녹음 파일은 김원홍 전 고문과 최 회장 형제, 김 전 대표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최 회장 형제는 송금 사실을 몰랐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녹음 당시 최 회장 형제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던 김 전 대표를 김씨가 비난하고, ‘최 회장 형제가 몰랐다’는 대목을 자주 강조하는 녹음 내용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녹취록에 대한 재판부의 비판적 의견이 계속되자 SK 측의 항소심 전략 수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 회장 측은 헌법재판관 출신인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이공현 변호사를 선임하며 사실상 변호인단을 교체했다.
지난 공판까지 최 회장을 변호했던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이 오는 22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변호인을 교체한 것은 ‘녹취록 전략’ 대신 다른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