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初 출신 합격시키려 보호시설 학생 성적 조작

입력 2013-07-16 18:06

영훈국제중은 2009년 개교 초기부터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해 학생을 골라 뽑았다. 특히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은 ‘주관적 영역 점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합격시켜야 할 아동보호시설 학생들을 거꾸로 떨어뜨렸다. 김하주(80) 이사장은 직접 “영훈초 출신을 많이 뽑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12학년도 영훈국제중에 지원한 아동보호시설 운영 초등학교 출신 4명 중 합격생은 1명뿐이었다. 나머지 3명 가운데 2명은 합격권에 있었지만 학교의 성적 조작으로 탈락했다. 2013학년도 역시 시설 출신 초등학생 4명이 영훈국제중에 지원해 1명만 합격했다. 검찰은 “지원했던 학생 대부분이 합격할 수준이었다”며 “부모가 없는 학생들이어서 학교 차원에서 편견을 갖고 일부러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2013학년도 경제적배려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 6명 중 3명은 합격이 가능한 수준인데도 성적이 조작돼 탈락했다. 반면 나머지 3명은 오히려 점수가 높아져 합격했다. 조작 기준은 서류를 제출하러 온 학생·학부모와의 면담 자료였다. 언행·태도·인상 등 주관적인 메모 내용을 토대로 학교 평판에 도움이 될 만한 학생을 골라 뽑았다.

같은 재단인 영훈초 출신 학생을 많이 선발하려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이사장은 2009∼2010학년도 영훈초 출신 지원자의 합격률이 낮다며 교직원들을 질책하고 성적 조작을 지시했다. 이후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주관적 영역 점수를 학교 마음대로 조정했다. 채점위원들도 영훈초 출신을 우대하기 위해 이름을 가린 채 점수를 매겨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학생의 정보를 확인하면서 채점했다. 영훈초 출신 학생들은 담임 추천서 항목에서 대부분 22점 만점을 받았다.

학교는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도 합격권에 들지 못한 일부 영훈초 학생들을 위해 합격권에 든 다른 학교 출신 학생의 교과 성적까지 고의로 낮췄다. 이 결과 2009학년도 15명에 불과했던 영훈초 출신 영훈국제중 합격자는 2013학년도 전형에서 44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학생에 대해서는 입학 때 학교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학교 관계자가 알아서 성적을 조작, 선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논란이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13)이 부정입학 대상자에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선 확인을 거부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