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vs 48’ 국민 선택 부정은 헌정파괴… ‘막말- 불복’ 제헌절에 생각한다

입력 2013-07-17 04:58

‘51.55% 대 48.02%.’

지난해 12월 19일 18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숫자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은 여전히 대선불복 공방, 대통령 정통성 시비에 매몰돼 있다. 가뜩이나 폭우와 폭염으로 지친 국민들은 시원한 정치는 하지 못할망정 불쾌지수만 높이는 정치권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민심이 확인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3~15일 전화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막말 논란과 정통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는 71.5%를 나타냈다. 취임 초기 40%대 후반과 비교하면 견고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52.4%에 달했다. 지난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40대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71.0%를 기록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16일 “국민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곡선을 그릴 수는 없다. 국민 여론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의 정통성 시비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 본부장은 “그러나 정쟁에 몰입해 있는 여야 지지도가 나란히 하향세를 보이는 것은 지금의 정쟁에서 누구도 승자가 없다는 얘기”라며 “정치권의 논쟁이 박근혜정부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옥석을 가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17일은 제65주년 제헌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장 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은 대통령이 존중되어야 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2004년 3월 한나라당 등은 국민이 선택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지만 4월 총선에서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아야 했다. 국민이 선택한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정파에 대해 철퇴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박빙으로 끝난 대선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반대표를 던진 48%를 적극 끌어안는 국민대통합 행보가 어느 때보다 긴요해졌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합리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고, 근거가 있는 비판이나 문제 제기는 수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의 의혹은 조속히 풀고 미래지향적으로 함께 나가자는 대통령의 대국민 설득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야권에서 제기하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및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의 진상은 밝혀져야 하지만 대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이 상대를 존중하고 품격 있는 정치를 지향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