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탐방 갈까 생태체험 할까

입력 2013-07-16 17:58 수정 2013-07-16 18:00


여름방학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방학 때도 뒤처진 학과목의 보충, 선행학습 등으로 자녀들을 왼종일 학원에 보내거나 책상 앞에 앉혀두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김정숙(40·서울 보광동)씨는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형제가 여름방학 캠프에 보내달라고 보채는 것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습 리듬이 깨질까봐 걱정이 됐고, 둘 다 보내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2박3일 이상의 캠프가 여러 모로 부담스럽다면 그날 공부를 끝내놓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당일 프로그램에 눈을 돌려 보자. 특히, 박물관, 과학관, 기념관 등에서 마련한 여름방학 특집 프로그램(표 참조)들은 무료 또는 5000원 미만의 참가비를 받아 경제적 부담도 작다.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으므로 오붓한 시간도 즐길 수 있다.

캠프와 마찬가지로 현장학습도 부모들은 학습에 도움이 되는 곳을 집중적으로 선택하게 마련. 하지만 부모 욕심으로 무조건 과학관이나 박물관 등에 자녀를 데리고 간다면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립과천과학관 홍보협력과 박문식 주무관은 “자녀가 좋아하는 관심사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과학을 싫어하는 자녀를 억지로 데려가면 거부감만 안겨줘 과학을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과학에 흥미를 보이는 자녀라면 과학관만큼 신나고 재미있는 곳도 드물다.

박 주무관은 “과학관 등 현장 학습장에 오기 전에 부모는 관련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요 전시물이나 관련 행사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보고 자녀에게 던질 흥미 있는 질문을 생각해 오라”고 당부했다. 질문은 아이의 창의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렇다고 ‘그 과학자 이름이 뭐지?’, ‘관성의 법칙이 뭐지?’ 식의 단순 답변 유도형 질문은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 과학자가 없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발명품을 만들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등 다양한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효과적이다.

박 주무관은 또, “체험을 다녀온 뒤 체험기를 글로 남기거나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고, 비슷한 체험관을 격주 또는 격월 단위로 방문해 자녀들의 호기심을 꾸준히 유지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학년은 체험기 대신 그림일기를 그리게 하거나 관련 책을 읽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현장학습을 다녀온 곳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소식지를 신청해 같이 본다면 자녀의 관심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자녀라면 박물관이 체험학습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박물관을 찾을 때는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과 흐름에 대해 익히고 가는 것이 좋다. 체험수업형 대안교육기관 ‘신명나는문화학교’ 이태림 팀장은 “작은 연표하나를 들고 다니면서 지금 보고 있는 유물이 어느 시기의 것인지 알아보고, 답사 후에는 유물에 이름을 직접 붙여 보게 하라”고 조언했다. ‘이 유물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이름을 지었을까’ 생각하는 동안 역사는 자녀에게 살아 있는 대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팀장은 “자녀가 이런 작업을 어렵게 느낀다면 모양, 색깔, 용도, 재료, 유물에 새겨진 글을 바탕으로 생각해보게 이끌어 주라”고 말했다.

체험학습을 갈 때 부모가 동반하지 않는다면 카메라와 작은 가방 등을 챙겨 주는 것이 좋다. 사진촬영이 허락되는 곳에선 전시물을 찍어 와, 이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관찰일지를 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작은 가방은 간식거리와 각 전시관에서 나눠주는 기념품, 브로셔, 리플렛 등을 챙겨 담는 데 요긴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