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장사한 영훈중, 일반학교로 전환시켜야

입력 2013-07-16 17:51

사교육 부추기는 국제중 추가허용도 신중해라

검찰이 16일 밝힌 영훈국제중학교 입시비리사건 수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영훈학원 이사장과 교감, 행정실장 등이 특정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9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고 학부모 5명에게 돈을 요구해 1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2012∼2013학년도 신입생 일반전형의 경우 40%의 성적이 조작됐고, 아동보호시설운영 초등학교 출신 등이 지원하는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의 경우 8명 중 5명이 성적이 우수한데도 불합격 처리됐다.

금전에 현혹돼 구조적으로 부정을 저지르고 동심을 짓밟은 영훈국제중은 더 이상 국제중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거액 금품이 오가는 대학 예체능계 입시 비리가 간간이 터져 나온 적이 있지만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는 사실이 참담할 뿐이다.

영훈국제중 입시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올해 1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사회적배려대상자로 부정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지난 3월 한 학부모가 2000만원을 주고 입학시켰다고 폭로하지 않았더라면 영영 묻힐 뻔했다.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 등 서울지역 국제중은 글로벌 인재 양성과 장기 해외거주 학생의 교육연계 강화, 조기유학 폐해 해결 등을 목적으로 2008년 도입됐지만 취지와 달리 입시명문 귀족학교로 변질된 지 오래다. 연간 1000만원이 넘는 비싼 학비에도 국제중이 특목고→명문대를 위한 지름길로 여겨지면서 경쟁률이 치열했다.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한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은 부유층 자녀의 편법 입학통로로 악용돼 왔다. 올해 영훈국제중의 신입생 160명 중 사립초등학교나 강남3구의 국공립초등학교 출신은 48.8%, 대원국제중은 71.3%에 달한다.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은 졸업생의 70∼80%가 외국어고·과학고·자율형 사립고로 진학해 ‘부의 대물림’이 ‘교육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반면 해외거주 학생은 1∼3명에 불과해 ‘장기 해외거주 학생의 교육연계 강화’라는 설립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원국제중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서울시교육청은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돼 왔다면 대원국제중 역시 일반중학교로 전환시켜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대해 2015학년도부터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신입생 전원을 추첨 선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근본 해법이 아니다. 우수학생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중이 ‘로또’식으로 학생들을 뽑는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뛰어난 학생들을 뒷받침해줄 수월성 교육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귀족 중학교까지 만들어 초등학교 때부터 토플을 공부하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현 교육시스템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중학교에서 운영되는 우열반만으로도 학생들 개인의 수준에 맞는 교육은 충분하다고 본다. 교육부는 차제에 국제중 폐지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