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불복’ 정국 새누리당 책임도 크다
입력 2013-07-16 17:49
여야 대치상황이 심화되면서 급기야 ‘대선불복’이 정치권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친노 인사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내 강경 세력이 막말과 인터넷을 통해 대선불복 여론을 확산시키는 동시에 길거리로 나가 일반 시민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탓이다. 서명운동 장소에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이명박-박근혜 정권 검은 합작’이라고 규정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18대 대선 결과에 불복한다고 분명하게 밝힌 것은 아니지만,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자행된 만큼 원천무효라는 인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조만간 장외투쟁도 불사할 태세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정권의 정통성을 흔드는 언동이라며 맞받아치면서 정국의 긴장도가 높아가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야당 내에서 대선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 구태가 재현된 것은 심히 유감이다. 다수의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요,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석패했더라도 국민의 결정을 존중해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정치문화가 아쉽다.
정국이 험악해진 데에는 새누리당 책임도 크다. 되돌아보면 출발점은 국정원의 댓글 파문이었다.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했고,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 와중에 민주당 일부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주장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합작품이라고 언급하자 새누리당은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촉구했고, 국정원이 전격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새누리당이 NLL 포기 발언이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친노 인사들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 결국 대선불복 움직임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새누리당 대응 방식도 딱하다. ‘귀태’ 발언 파문에서 보듯 청와대가 먼저 치고 나가면 새누리당은 그 뒤를 졸졸 따라가는 꼴 아닌가. 과거 여당들이 ‘청와대 2중대’라고 비난받았던 장면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새누리당 초선의원 7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민주당 이해찬 의원에게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한 모양새도 좋지 않다. 이 의원 발언이 과한 건 맞지만, 초선의원들의 집단 회견 역시 과했다. 또 다른 청와대 눈치보기로 비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대통령 보좌만큼 국회 정상화도 중요하다. 지지난 정부 때 벌어진 일을 놓고 민주당을 더 이상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야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