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안동현] 우리 경제 변곡점 만들어야

입력 2013-07-16 17:56


고등학교 때 배운 미적분에 변곡점이 있다. 이차 미분값이 0이고 이전과 이후의 이차 미분값 부호가 서로 반대인 점을 말한다. 단순 3차함수와 같이 위로 오목한 형태에서 볼록한 형태로 바뀌는 함수가 좋은 예다. 이러한 수학적 용어는 증시에서도 자주 차용되는데 주가의 추세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을 일컫는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이 바로 변곡점이다. 우리 경제 규모의 추이를 보면 성장률에 해당하는 일차 미분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오목한 증가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의 미분값은 기껏해야 연 3% 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성장 잠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성장의 행로가 반세기 만에 노쇠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성장률 감소는 경제성장 자체가 불러오는 필연적인 결과로 담담히 받아들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변곡점이 없는 한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10년 안에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2%대로 추락해 미국과도 별 차이가 없어진다. 현재의 중진국 위치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추세를 꺾어 버릴 변곡점이 절실한 이유다.

외환위기 전 폴 크루그만은 아시아의 4룡, 특히 한국의 경제성장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예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한국의 성장은 생산성 향상보다는 대부분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산요소 투입은 무한정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 이후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후 우리나라 성장률 하락의 결정적 요인은 기업의 투자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데 있다. 기업들의 과잉투자가 위기의 원인이었다면 위기 이후 성장률 추락은 반대로 기업들의 소극적 투자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이전에 비해 건설투자 항목의 평균 증가율은 7분의 1 수준으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반 토막인 5%대로 낮아졌다. 특히 설비투자의 경우 참여정부 이래 급격하게 감소하더니 지난 3년간은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크루그만의 얘기로 돌아가면 자본 투입량의 증가가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라 아예 투입량 자체가 감소하는 형태로 변한 것이다. 지난 6개월간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8%에서 -22.5% 사이에 있다.

이러한 설비투자 감소는 대부분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의 투자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설비투자 규모는 1.8% 감소했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12%, 중견기업의 경우 18.7%나 감소했다. 반대로 대기업은 2.1% 정도 투자를 증가해 추가 하락을 막았다. 이러한 설비투자 차이는 대기업의 성장률은 더 높이고 중소, 중견기업은 뒤처지게 해 양극화를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되며 이로 인해 다시 투자 여력에 차이가 나는 악순환이 형성되는 것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99억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34% 감소했다. 2006년 90억4700만 달러에서 시작해 2008년 한때 100억 달러를 살짝 넘겼으니 지난 7년간 정체상태인 것이다. 반면 우리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을 보면 2006년 125억 달러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해에는 330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 FDI 투자액은 유입액 대비 3.3배에 달한다. 특히 중견기업에서 투자의 탈한국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이상 살펴보면 변곡점을 불러와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기재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지원을 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경제의 변곡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고도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안동현(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