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입력 2013-07-16 17:03 수정 2013-07-16 21:12


매우 오래된 일이지만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를 빨리 달리게 하는 장치도, 멋진 외관도 아닌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라는 것입니다. 조향장치란 자동차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며 제동장치는 자동차를 정지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아무리 빨리 달리는 자동차라 할지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자동차가 가지 않는다면 큰일 납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자동차라 할지라도 자동차를 정지시켜야 할 때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흉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운전자가 아무리 핸들을 돌려도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거나 제동장치가 고장난 자동차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러기에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장치라고 하는 것입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얼마나 힘이 있는지, 또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 얼마나 건강한지…. 이런 것들도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인생의 방향을 잘 잡을 줄 아는 것입니다. 힘도 있고 학력도 뛰어난데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인생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누구보다 앞서가며 빠르게 잘 달리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멈춰야 할 순간 멈출 수 없다면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지요. 대부분의 인생 실패는 방향을 잘못 잡았거나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면서 일어납니다. 방향이 잘못되었는데 빨리 가는 인생은 그 속도만큼이나 더 잘못될 것이며 더욱이 멈출 능력조차 없다면 어느 날 갑작스럽게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나 크고 웅장한 예배당 건물을 가지고 있는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가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입니다. 또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는 용감하게 수정할 수 있는 교회여야 합니다. 열심히 달려가다가도 서야 한다고 판단될 때 멈춰 설 수 있는 교회가 정말 건강한 교회입니다.

한국교회가 이제 스스로를 점검해야 할 시점에 왔습니다. 많은 의식 있는 분들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합니다. 미래학자들은 부정적인 예측을 합니다. 이제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교회의 방향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이대로 달려가도 될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주님께서도 원하시는 것인지 말씀으로 조명해야 합니다. 사도행전이 보여주는 교회의 모습을 추억하며 방향을 바로잡고 열심히 가던 길이라도 멈춰야 한다면 단호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도 사고로 처참하게 부서진 자동차처럼 나뒹굴지 모릅니다. 크고 화려한 교회보다 좀 늦더라도 바른 방향을 잡고 언제든지 주께서 아니라 할 때는 멈출 수 있는 건강한 교회가 세상의 희망입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