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3평, 땅도 3평'…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타보셨나요?

입력 2013-07-16 15:27 수정 2013-07-16 15:32


[쿠키 사회]‘하늘도 3평(9.9㎡), 땅도 3평.’

열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그곳. 백두대간 협곡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국내 최초 개방형 관광열차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가 인기몰이 중이다.

V-train은 코레일이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와 함께 지난 4월 운행을 시작했다. O-train의 가장 핵심지역인 경북 봉화군 분천역~양원역~승부역~강원 태백시 철암역 구간(27.7㎞)을 하루 3차례 왕복하면서 백두대간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준다.

협곡열차는 앞부분을 역동적인 모습의 백호(白虎)를 형상화한 관람전용열차로 디젤기관차와 객차 3량(총 158석)으로 구성돼 있다. 1호차는 일반객실, 2호차에는 카페가 마련돼 있다. 3호차 천장에는 형광 스티커로 별자리를 표시해 열차가 터널 30여개를 통과할 때면 수많은 별들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객차는 주변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천장을 제외하곤 모든 곳이 특수 제작된 커다란 유리창으로 돼 있다. 열린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면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열차에는 에어컨과 온풍기는 물론 화장실도 없다. 화장실은 4분씩 정차하는 양원역과 승부역에서 이용해야 한다. 대신 여름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겨울에는 목탄난로가 열을 낸다. 청정지역을 지나는 열차답게 환경친화적으로 제작됐다.

열차는 가장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지는 분천~양원~승부~석포역 구간을 시속 30㎞로 느리게 달린다. 느린 속도 속에 기암괴석과 협곡, 평온한 시골마을 모두를 오감(五感)으로 즐길 수 있다. 이후 석포~철암역까지 정상속도(시속 60㎞)로 달린다.

분천역은 3월까지만 해도 찾는 사람들이 하루 10여명에 불과했지만 요즘엔 주말이면 800여명이 몰린다. 마을주민들이 직접 조리한 곤드레 비빔밥, 메밀전병 등 투박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양원역은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도 열차를 탈 수 있게 해 달라’는 눈물어린 염원으로 직접 세운 국내에서 가장 작은 역이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역일지도 모른다.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라는 역무원의 시비(詩碑)로 유명한 승부역은 기념촬영의 명소다. 분천~철암역을 왕복하는 데 2시간 정도 걸리고, 요금은 8400원이다. 봉화=글·사진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