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mm 비에 방심하다 강물 급속 유입… 안전대책 없었다

입력 2013-07-16 02:27 수정 2013-07-16 02:31

인부 7명이 희생된 한강변 상수도관 수몰 사고는 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큰 게릴라성 호우에 방심한 결과였다. 공사가 진행된 서울 한강대교 남단 노량진 일대의 15일 강수량은 7.5㎜에 불과했다. 그것도 오전에 비가 오다 그쳐 서울시와 시공업체는 별 조치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한강 상류지역에는 주말부터 누적 강수량 300~400㎜의 폭우가 쏟아져 팔당댐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 상태였다. 하류로 흘려보내는 수량도 급증했다. 공사현장 주변 날씨만 보고 공사를 강행한 탓에 팔당댐 방류로 급속히 높아지는 강 수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구조작업=인부들은 길이 1.5㎞ U자형 지하 상수도관의 흑석동 한강현대아파트 쪽 입구 밑에서 작업 중이었다. 강물 유입을 막는 수문 게이트가 망가져 불어난 한강 물이 수도관으로 밀려들어갔다. 지하 25m 깊이에 있는 수도관은 곧 물에 잠겼다. 반대쪽 입구를 향해 이동하고 있던 조호용(61)씨는 사고 직후 급류에 휩쓸린 뒤 수압으로 출입구 부근까지 떠올랐고, 동작소방서 대원들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소방 당국은 오후 5시30분쯤부터 수도관에 수몰된 나머지 6명의 구조작업을 벌였다. 오후 10시 현재 수중펌프를 이용해 상수도관에 들어찬 물을 빼내고 있지만 강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어려움을 겪었다. 강물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별도 시설이 없어 배수펌프를 가동하는 한편 한강 수위가 낮아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사고 상황=사고를 당한 이들은 D건설사 소속 일용직 인부로, 올림픽대로 아래 한강둔치에서 며칠째 상수도관 공사에 참여했다. 올림픽대로 상수도관을 이중화하는 지하 작업장에서 내부 레일을 철거하다 급류에 휩쓸렸다. 소방 당국은 “서울시 암사정수센터에서 노량진 배수지로 공급하는 상수도관 부설작업 중 흑석동 상수도관에 한강물이 유입되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몰된 6명은 당시 흑석동 한강현대아파트 쪽 상수도관 바닥 청소와 레일 철거 작업 중이었다.

평소 한강 수위는 이 상수도관보다 6.8븖쯤 낮아 작업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이날도 동작구 강수량은 7.5㎜로 강동(23.5㎜) 도봉(20.5㎜) 노원(17㎜) 등 다른 지역보다 낮았다. 시간당 강수량도 4㎜ 정도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인부들이 “비 피해에 주의하라”는 별도의 공지를 받지 못한 것 같다고 소방 당국 관계자는 밝혔다. 오후 3시부터 팔당댐 방류가 시작되면서 한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고, 갑자기 불어난 물에 인부들이 물 밖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관보다 50㎝ 높았던 강물=팔당댐 방류로 인해 한강 수위는 상수도관 매몰 높이보다 50㎝ 더 높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수문 게이트도 불어난 강물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평소 차오르는 지하수를 수문 게이트가 막아 인부들의 작업공간을 확보했는데, 이날은 갑작스레 불어난 수압으로 수문 게이트가 작동하지 않았다. 강물이 넘치면서 너비 9븖의 상수도관 통로로 고스란히 강물이 유입됐다. 구조대는 “인부들이 한강 수위가 높아진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해 대피할 틈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몰된 인부 6명 중 박모(56) 이모(55) 박모(49)씨 3명은 중국 국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하에서 작업하는 상수도관 일은 3D 업종이라 한국 노동자들이 꺼린다”며 “외국인 노동자나 조선족 고용 비율이 40% 이상”이라고 말했다.

오후 10시40분쯤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종자를 찾는 게 우선”이라며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원인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황인호 박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