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가루’ 먹어도 되나… 소비자 어리둥절

입력 2013-07-16 05:05

밥에 뿌려 먹는 이른바 ‘맛가루’가 몸에 해롭지 않다는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난 2일 경찰이 발표한 ‘불량·비위생 맛가루’ 수사 내용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소비자의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량식품 등 ‘4대악 추방’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의 실적주의가 이번 사태를 불렀으며 ‘부처간 칸막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경찰이 적발한 맛가루 제조업체와 제품을 조사해보니 해당 제품들이 값싸고 품질이 낮은 원료를 쓰긴 했어도 완제품의 인체 유해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15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경찰이 발표한 ‘다시마 분말’과 ‘채소류 분말’ 5종을 제조·판매한 I사, I사에 원료를 공급한 3개 업체, I사의 분말 제품으로 맛가루 등을 제조·판매한 147개 업체 및 112개 판매업소 등이다.



식약처는 I사가 제조·판매한 다시마 분말은 자투리를 모은 저가 원료지만 인체 건강에 위해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채소류 분말은 양배추의 겉잎 등 품질이 낮은 원료가 사용됐으나 제품 가공 전에 선별·세척·건조 과정을 거쳐 부패나 변질로 인한 위해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들 원료로 만든 184개 제품 중 재고가 남아있는 12개 제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이물질과 식중독균, 대장균 등 기준 규격에서 모두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는 이에 따라 이들 업체나 제품에 대해 회수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등에서 “유해하지 않더라도 저질 원료를 쓴 건 문제” “걸레를 삶으면 행주로 쓸 수 있다는 얘기” “경찰도 못 믿지만 식약처는 더 못 믿겠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경찰 수사와 상반된 결론에 대해 식약처는 “경찰은 완제품의 위해성보다는 식품 원료의 건전성에 주안점을 두고 수사한 것 같다”면서 “저가 재료와 불량 식품은 다르다. 저가 원료를 썼다고 처벌하거나 해당 식품을 회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여러 기관에 이 업체에 관한 내용이 제보돼 경찰이 발표를 서두르다 보니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 기관이 소비자 안전에 관해 불과 2주 만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정부가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경찰이 적발된 맛가루 업체 명단을 발표하지 않아 인터넷 등에 ‘불량 맛가루 리스트’ 등 미확인 정보가 퍼지면서 이번 사태와 무관한 업체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소재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