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현장 중심 대책’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듣는다

입력 2013-07-15 18:42 수정 2013-07-15 19:19


“학교폭력 줄이려면 교장 인식부터 바뀌어야”

국민일보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현장교사를 차례로 만나 육성을 들어봤다(7월 10∼12일자 7면 보도). 본보는 시리즈 보도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대책을 가다듬고 있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현장을 강조하는 서 장관은 “현장에 답이 있다”며 전국의 학교·기관 등 현장을 찾고 있다. 이달 말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학교폭력 대책도 ‘현장 중심 학교폭력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라는 그는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며 “특히 교장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충북 진천군 소재 청명학생교육원 앞뜰에서 진행했다. 청명학생교육원은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들과 학교부적응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기숙형 위(Wee) 스쿨이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만난 사람=전석운 정책기획부장

-지난해 2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비롯해 학교폭력 대책은 지금껏 많이 나왔다. 곧 발표되는 대책과 종전 대책들의 차이가 무엇인가.

“지난해 근절 대책은 거시적·총체적으로 거의 모든 것을 짚었다. 범정부·국가적으로 대책들을 망라해 학교폭력이 가깝게 일어나는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좀 더 보완돼야 한다.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새롭게 발견되기도 하고 기존 대책으로 효과가 제한적인 부분도 나타나 손질 중이다. 예를 들어 초·중·고교 학교급별, 도시와 농·산·어촌, 대도시와 중소도시 등에서 어떤 특징적 차이가 있는지 조사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부 등 정부,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각급학교 역할도 들여다보고 있다. 또 이번에는 피해학생 보호에 좀 더 방점이 찍혔다.”

-피해자·가해자·교사 등 학교폭력 당사자들을 만나보면 교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작지 않지만 교사들이 별다른 개입을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교사의 책무성을 강화할 대책은.

“어떤 (교육)문제든 들어가면 교사와 연관돼 있다. 교권이 예전 같지 않아 학생들을 제지하려고 했을 때 쉽지 않으니까 망설이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교사들 특히 교장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쉬운 방법으로 채찍을 들어 단속을 해 처벌하고 그러면 반짝하고 해결될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다. 그리고 교사들이 의도적으로 은폐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외면하려는 인간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망가고 싶은 인간 본성을 투철한 교육관으로 극복하길 바란다. 그래야 교권도 산다. ‘역시 전문가가 나서니까 된다’라는 인식이 퍼져야 학부모의 신뢰를 얻고 학생 지도도 수월해진다.”

-학교폭력을 신고받고도 묵살하거나 즉각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른 측면도 있다. 피해학생이 위축돼 교사에게 다 털어놓지 않고 아주 일부만 털어놔 교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피해학생 입장에서야 굉장히 용기를 내 단초를 교사에게 보이고 교사가 그것을 알아채고 해결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 입장에서 아이가 전체가 아니라 아주 작은 일만 얘기하니까 그러다가 나중에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는 경우가 있다. 교사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감수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학교가 책임이 있어서 생길 수도 있고 가정 문제로 생길 수 있으므로 발생한 것 자체를 감추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특히 지나치게 서둘러 화해를 시도해 마무리하려는 것은 오히려 더 피해학생의 상처를 깊게 만들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최악으로 몰고 가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교사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정책뿐 아니라 현장 소통으로 할 것이다. 우리 교사들은 수준 높은 집단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잠재력이 높지만 스스로 자존감을 못 느끼고 있다. 제자들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며 자신의 꿈을 잃었다. 어떻게 하든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해 한 분 한 분이 아이 인생을 바꿔줄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또한 학교폭력 대책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애들끼리 좀 어울리다 생긴 문제를 가지고 그러느냐’는 뒤떨어진 인식이다. 형제도 많고 일가친척도 많아 사회가 교육 공동체 역할을 하던 때 얘기다. 일시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고질적인 문제가 돼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가지는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형제도 별로 없고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해보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그런 것들을 받았을 때 느끼는 공포나 고통은 예전에 우리가 하던 것과 차원이 다른 것이다.”

-입시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교육 구조의 개혁을 병행해야 하지 않는가.

“미시적으로 보면 학교들이 (학교폭력에) 제대로 대응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크게 보면 우리 사회가 물질 지향적이 되면서 경쟁구도 속으로 들어가 전반적인 스트레스를 높였다. 사회적 경쟁이 학교로 들어와 교육경쟁으로 치환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 교육으로 아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가정 붕괴 등으로 부모들이 역할하기 어려운 아이들은 학교가 그 역할(부모)을 담당해야 하지만 아직 학급당 학생수나 교원 1인당 학생수 등에서 쉬운 여건이 아니다. 게다가 게임·인터넷 중독 등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폭력 증상은 간단하지만 원인으로 보면 굉장히 복잡한 구조다. 따라서 입시위주, 경쟁위주 교육을 꿈과 끼를 키워주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동시에 당장 일어나는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손대야 한다. 이달 중 발표되는 학교폭력대책은 학교폭력에 직접적인 정책이고, 8월 말 나오는 대입제도, 이미 발표된 자유학기제나 학교체육 활성화 등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기 위해 우리나라의 교육을 전면 재조율하는 작업이다.”

-위프로젝트 인프라 확충 계획을 제시했다. 학교폭력 가해·피해학생 등을 전담하는 기관이 고비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낭비로 볼 수 없다. 세 가지 효과로 정리해보겠다. 가해학생의 경우 다른 아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일차적 효과이고, 그 학생이 성장해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아이가 올바로 자랐을 때 교육의 효과가 크다는 것 등이다. 아이들을 방치했을 때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보다 위프로젝트 등의 비용이 적다. 꼭 비용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 학년 학생수가 100만명에 육박했다. 앞으로 40만명 규모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하다. 이는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는 일이다. 이곳 충북 위스쿨에서 본 아이들 모두 위기학생들이었다. 이런 아이들을 방치하면 어떻게 될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상궤도로 가고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진천=정리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서남수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꿈과 끼 교육’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꿈은 “한평생 고생만 하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의 양친은 부친 96세, 모친 93세로 생존해 있다. 그는 “부모님께서 ‘오래 살아서 아들 장관 되는 걸 보는구나’라고 기뻐하실 때 뭉클했다”고 했다. 서 장관으로서는 꿈을 이룬 셈이다. 양친은 6·25전쟁 직전 개성에서 월남해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채소장사·두부공장 등을 하며 9남매를 키웠다. 그는 “두 분 다 초등학교도 못 나왔지만 자녀 대부분을 대학에 보냈다”고 했다.

그는 교육관료 출신 1호 교육장관이다. 서울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2회로 관직을 시작했고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까지 지낸 뒤 잠시 공직을 떠났다. 역대 54명의 교육 수장 중 서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정치인들이거나 교수들이었다. 그는 장관직을 수락하면서 ‘호랑이 등에 오르는 심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장관직 수행이 그만큼 위태롭다는 걸 가까이에서 지켜봐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경북 경주의 위덕대 총장을 지냈다. “사정이 어려운 지방의 소규모 대학을 위해 일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과는 캠프에 몸담거나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교육이슈에 대한 관심과 주문이 많아 긴장한다고 했다. 서 장관은 “박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할 때 수행하거나 업무보고를 하면 (박 대통령이) ‘교육문제만 나오면 내가 왜 말이 많아지냐’고 웃으신다. 교육문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