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는 태극자매 잔치판… 왕년 골프여제 소렌스탐의 예언은 옳았다

입력 2013-07-15 18:36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언젠가 정점을 찍을 것이다.”

전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43·은퇴)이 2011년 10월 12일 충남 태안군 한화 골든베이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코스 인증식에서 한 예언이다. 이 예언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633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이번 시즌 치러진 16개 대회에서 벌써 9승을 합작한 한국 선수들은 LPGA 무대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코리안 군단의 승률이 무려 56%에 달한다.

◇박희영 ‘긍정의 힘’으로 우승=박희영은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합계 26언더파 258타로 앤절라 스탠퍼드(미국)와 동타를 이뤘다. 이어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3차전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스탠퍼드를 제압했다. 박희영은 2011년 11월 타이틀 홀더스 대회에서 LPGA 투어 첫 승을 올린 이후 1년 8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박희영과 스탠퍼드가 72홀에서 작성한 258타는 역대 LPGA 투어 최소타(타수 기준) 타이 기록이다. 이전엔 카렌 스터플스(잉글랜드)가 2004년 웰치스-프라이스 챔피언십에서 이 타수를 기록했다. 2008년 LPGA에 데뷔한 박희영은 2011년 시즌 최종전에서 ‘95전 96기’로 우승한 뒤 “100경기를 넘기지 않고 우승해 다행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온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희영은 이번 대회에서 한때 2타 이상 벌어지면서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끝까지 ‘긍정의 힘’으로 밀어붙여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코리안 낭자 군단’ 시즌 최다승 도전=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16개 대회에서 9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시즌 역대 최다승 기록 경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챙겼던 해는 2009년이다. 당시 한국 선수 9명은 27개 대회에서 12승을 수확했다.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한 신지애가 3승(HSBC 위민스챔피언스·웨그먼스 LPGA·P&G 뷰티 NW아칸소챔피언십)을 거뒀고, 최나연은 2승(삼성월드챔피언십·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을 보태며 ‘코리안 낭자 군단’을 이끌었다.

올해 페이스는 2009년보다 빠르다. 2009년 7월 이은정은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라 한국 선수의 다섯 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 선수들은 15일 현재 벌써 9승(박인비의 메이저대회 3승 포함)을 합작해 승수와 내용 면에서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현재 LPGA 투어는 총 28개의 대회 중 12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앞으로 한국 선수들이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2009년 최다승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다.

◇‘세리 키즈’ 후반기에도 일낸다=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 정복 선봉장은 ‘세리 키즈’다.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이번 대회에서 14위에 그쳐 4개 대회 연속 우승에 실패했지만 박세리(36·KDB금융그룹)의 한 시즌 최다승(5승)을 넘어 6승을 올린 상태다. 15일 새로 발표된 세계여자골프랭킹 점수에서 평균 13.07점을 얻어 14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킨 박인비는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수상이 확실시된다. ‘올해의 선수’ 상은 박세리, 신지애(25·미래에셋), 최나연(26·SK텔레콤)도 받지 못했다.

박인비가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골프 역사상 첫 한 시즌(캘린더)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제패)에 도전하는 가운데 다른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차지하는 ‘코리안 그랜드슬램’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하반기에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로는 역시 ‘세리 키즈’인 최나연, 신지애,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 등을 꼽을 수 있다. 시즌 개막전인 호주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신지애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공동 7위, LPGA 챔피언십 공동 5위에 그쳐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최나연은 다섯 차례 ‘톱10’에 진입하는 데 그쳤다. 유소연은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2위, US여자오픈에서 3위에 올랐다. 박인비의 활약에 자극을 받은 이들이 후반기에 맹활약한다면 LPGA 투어는 한국 선수들에게 완전히 점령당할 수밖에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