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정통성은 국민이 만들어 주는 것”

입력 2013-07-15 18:20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문제와 관련해 작심한 듯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청와대가 민감해하는 ‘정통성’ 표현도 수차례 언급했다.

김 대표는 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정통성 시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며 “그러나 정통성은 스스로 주장한다고 해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유신시대 긴급조치로 국민의 입을 막았어도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며 “정통성은 국민들이 인정해야 비로소 확보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왜 국민 앞에 나서서 떳떳하게 말하지 않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대선을 전후해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벌인 정치공작의 전모를 숨김없이 밝히고 관련자들을 가차 없이 엄벌하겠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정원을 개혁하겠다’고 사과하고 실천할 때 정통성이 확립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민주당이 박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정통성은 의심 없이 확립돼야 한다”며 “대선에 불복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망가뜨리는 비정상적 국정운영에 불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김 대표는 통상 3분 정도를 말한다. 그런데 이날은 6분 가까이 발언이 이어졌다. 발언 중 ‘정통성’이란 단어도 8번이나 언급됐다. 그만큼 마음속에 쌓아왔던 말을 전부 다 표출한 것이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측이 “민주당이 대선에 불복하는 게 아닌지 지도부가 분명히 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러면 김 대표 요구대로 대통령이 나서서 ‘국정원의 정치공작 전모를 규명해 관련자를 엄벌하겠다’고 한 마디만 하면 정통성은 저절로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