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끝나지 않은 싸움… 다시 親朴-親盧 구도

입력 2013-07-16 05:01

“친박(親朴·친박근혜)과 친노(親盧·친노무현)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으로 촉발된 정치권 막말 파동은 일단락됐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이 14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자꾸 (국정원을) 비호하고 거짓말하면 갈수록 당선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늘게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5일 “막말정치 중단 선언과 함께 대선 결과 승복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맞받았다. 두 사람은 양 진영을 이끄는 대표 격이다.



홍 전 원내대변인과 이 고문 발언의 공통점은 친노 진영이 박 대통령의 정통성 문제를 제기하며 정밀 타격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처럼 친노 진영이 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의 근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친노와 친박의 오래된 악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정국 속에 과반의석을 확보한 열린우리당과 함께 국가보안법, 과거사정리법, 언론개혁법, 사립학교법 등 4대 입법을 밀어붙였으나 야당인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 사수’를 내세워 대여(對與) 전면전을 벌였다.



양측의 대립은 지난해 대선 때 최고조에 달했다. 박 대통령과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친박과 친노 세력을 이끌고 맞붙었다. 친박 진영은 노 전 대통령의 실정을 공격했고, 친노 진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망령’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도 친노들이 주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원조 친박인 최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홍문종 사무총장이, 청와대에서는 이정현 홍보수석이 선봉에 섰다. 여권 고위 인사는 “최근의 막말 논란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을 이어받은 친노와 박 대통령을 엄호하려는 친박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각에 친노 진영은 민주당과 친노를 분리하려는 새누리당의 노림수라고 반박한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당 차원에서 하고 있고, NLL 논란도 내막을 아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선 패배로 쇠락한 친노가 최근 정국에서 부활을 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양측이 상대방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생각하기보다 함께할 수 없다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격하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재중 임성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