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선 불복 선언하든지 그게 아니면 막말 말라”

입력 2013-07-15 18:20 수정 2013-07-16 02:40

청와대는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을 둘러싸고 민주당에서 터져나오는 ‘막말’에 대해 다시 강경 기조로 선회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안타깝다”며 자중을 촉구한 수준이었지만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 첫머리에서 정치권에 품격 있는 언행을 주문하자 다시 성토에 나선 것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대선 불복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그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인지, 당 대표가 공식 회의석상에서 불복이 아니라고 얘기했으면 공당답게 국기(國紀)를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어 “국민이 투표를 통해 뽑은 대통령 아닌가”라며 “이렇게 국기를 흔들고 정부의 정통성을 흔드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김 대표가 대선 불복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진정성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이 지난 12일 ‘귀태(鬼胎) 발언’으로 사과와 함께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하고, 김 대표가 유감까지 표명했지만 불과 이틀 뒤 같은 당 이해찬 상임고문이 독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 수석은 귀태 발언 이후 민주당 조치에 대해 “여론이 안 좋으니까 일단 비판을 피해보자는 식”이라고 표현했다. 향후 정권의 정통성과 관련된 막말을 아예 차단하려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표현은 완곡했지만 직접 나서서 막말정치 청산을 촉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는 국민 통합과 화합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 위에서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격을 높이려고 고심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아닌 돌아가신 분과 자꾸 싸우려는 모습들이 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2005년 3월 13일 미니홈페이지에 썼던 ‘불씨 한점이 온 산을 태울 수 있듯 말 한마디가 평생 쌓은 덕을 허문다’는 글을 소개했다.

새누리당 초선의원 76명도 성명서를 내고 “이 상임고문은 더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편을 가르는 선동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상임고문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14일 자신의 발언 중 박 대통령을 ‘당신’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 “당신은 상대방이 없을 때 높여 부르는 말이지 막말이 아닙니다”라고 트위트 글을 통해 해명했다. 당시 그는 “국가정보원과 단절해 공정한 나라를 만드십시오.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됩니다”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