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첫 흑인장관 인종차별 수난
입력 2013-07-15 18:17 수정 2013-07-15 18:27
흑인 소년 총격 살해 무죄판결로 들끓는 미국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인종차별 문제가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파 정당인 북부동맹 소속 로베르토 칼레로니 상원 부의장이 이탈리아 최초 흑인 장관으로 아프리카 콩고 출신인 세실 키안주(사진) 국민통합 장관을 오랑우탄에 빗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칼레로니 부의장은 13일(현지시간) 정당 행사에 참석해 키안주 장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키안주 사진을 보면 오랑우탄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조롱했다. 이어 “키안주의 성공으로 불법 이민자들이 이탈리아행을 원하게 됐다”면서 “(키안주가) 태어난 나라에서 장관이 돼야만 했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북부동맹 의원들조차 그의 ‘망언’을 비판했고, 정치권에선 상원 부의장 사퇴 목소리가 커졌다. 엔리코 레타 총리는 트위터에 올린 공식성명을 통해 “(용인의) 한계를 넘은 발언”이라고 비난하며 “키안주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고 밝혔다.
수세에 몰린 칼레로니는 “모욕할 의도는 아니었다. 키안주 장관이 기분 나빴다면 사과한다”면서도 “내 발언은 키안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정치연설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며 상원 부의장을 사임하진 않겠다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