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섹스 유혹’ 광고가 이메일로 뿌려진다면…
입력 2013-07-15 18:10 수정 2013-07-16 02:40
미국 버지니아주 포키어 카운티에 사는 한 여성은 어느 날 낯선 남성의 방문을 받았다. ‘섹스’를 원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며 막무가내였다. 가까스로 돌려보냈지만 그날 하루에만 6명이나 문을 두드렸다. 그로부터 모두 100명한테 시달렸다. 알고 보니 앙심을 품은 전 남자친구의 짓이었다. 옛 남자친구는 이 여성의 아이디를 도용해 섹스를 원한다는 이메일을 살포하며 ‘잠재적 공범’을 끌어 모았던 것이다. 여성은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집을 ‘요새’로 만들었다. 그는 “누군가 또 문을 두드릴 것 같은 공포를 아직도 느끼고 있다”면서 “집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현시시간) 특정 개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소셜미디어를 스토킹 공격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텍사스, 뉴욕, 캘리포니아 등 6개 주가 아이디 도용을 불법화했다. 텍사스주 후드 카운티의 중학생 2명은 2012년 친구 이름의 가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다른 학생들을 협박하다 체포됐다. 2011년에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22세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괴롭히기 위해 130개의 가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어 괴롭히다 재판을 받았다.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외에 온라인 물품교환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 등도 범죄의 도구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헤어진 여자친구 등 특정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가족까지 노리는 스토킹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메릴랜드주 조지 카운티에 사는 여성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섹스 광고를 발견한 다음날 바로 자신의 10대 딸 2명과 아들까지 공격 대상이 된 것을 보고 공포에 휩싸였다. 자녀의 사진까지 버젓이 온라인에 올라 있었다. 지난해 6월 광고가 처음 올라간 이후 2주 동안 50여명의 ‘괴한’들이 집으로 쳐들어 왔다. 여성은 총기를 구입하고 밤마다 아이들을 거실에 재운 뒤 현관에서 보초를 섰다. 결국 범인이 잡히긴 했지만 그녀의 삶은 회복될 수 없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들도 전학시켰다. 아직도 온라인 사이트를 돌며 자신의 이름으로 된 광고물을 지우고 있다. 그녀는 “대개 사람들은 온라인에 게시된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무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가상의 현실이 실재가 되는 순간 당신의 삶이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넷보안업체를 운영하는 전 연방검찰 헤만슈 니건은 “인터넷은 스토커들을 대담하게 만든다”면서 “온라인의 익명성을 이용해 오프라인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