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현·진선미 사퇴’ 자중지란… 非盧·親盧 힘대결
입력 2013-07-16 05:02
민주당이 15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김현, 진선미 의원의 위원직 사퇴 문제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주류는 두 의원의 제척을 요구하며 특위 활동을 거부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달래기 위해선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두 의원이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대치 사건과 관련해 고발돼 있어 특위 멤버로 부적격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두 의원을 비롯해 특위 멤버들은 사퇴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을 오래 지켜봐온 이들은 이번 내홍이 위원직 사퇴 문제라는 ‘전술적 이견’을 넘어 본격적인 헤게모니 다툼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온건·실용파인 현 지도부와 강경파로 분류되는 특위 멤버 및 친노(親盧·친노무현)계 간의 노선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불씨’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인 것이다.
상당 기간 숙성됐던 양측의 불협화음은 결국 표면화됐다. 오전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현안 대처 관련 연석회의를 했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국정조사가 다음달 15일까지 시한이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두 의원을 사퇴시키라는 주문이었다. 이후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도부가 두 의원에게 회의 결과를 전달할 것이며 내일까지 특위 정상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사실상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알려진 뒤 두 의원은 물론 특위 멤버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특위의 민주당 측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위원 거취 문제는 특위에 일임된 사항”이라며 “특위는 두 의원을 지킬 것”이라고 사퇴불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박영선 신경민 박범계 전해철 의원 등 다른 특위 멤버들도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결국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를 내세워 두 의원을 사퇴시키려던 지도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고, 김 수석대변인도 몇 시간 뒤 추가 브리핑에서 “두 의원의 사퇴는 결정된 바 없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사퇴에 대한 사전 조율이 안돼 생긴 반발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도부 사퇴 방침을 특위 멤버들이 거부한 셈이 됐다. 특위 멤버 대부분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했고 친노계도 많아 당내에서는 “친노계와 비노(非盧·비노무현)계가 충돌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편 민주당 측 특위 위원들은 16일 오후 2시 국정조사 회의를 소집해 달라는 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지만 새누리당은 김·진 두 의원 사퇴 없이는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