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 닮은 ‘종잡을 수 없는 장마’… 기상청도 “헷갈려”

입력 2013-07-16 05:08
닷새째 중부지방에 퍼부은 장맛비는 열대성 소나기 ‘스콜’을 닮았다. 대지를 집어삼킬 듯 쏟아붓다 20~30분도 안 돼 언제 그랬냐는 듯 뚝 그쳐 버린다. 이제 한반도도 아열대의 동남아처럼 ‘장마’ 대신 ‘우기(雨期)’란 표현을 써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주말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에 최고 300㎜의 집중호우가 내린 데 이어 15일에도 이 지역에 시간당 5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16일 밤부터 17일까지 서울·경기·강원 지방에 시간당 30㎜ 이상의 국지성 호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처럼 장마전선이 계속 중부지방에 머무는 건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훨씬 빠르게 확장됐기 때문이다. 장마전선은 이 고기압의 기세에 눌려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중부지방에 머물고 있다. 충청 이남 지역은 이따금 강한 소나기가 내리겠지만 21일까지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내린 비는 스콜 현상과 흡사했다. 같은 서울이지만 관악·강남·송파구에는 시간당 10∼20㎜의 많은 비가 쏟아진 반면 나머지 구는 비구름이 비켜갔다. 기상청 관계자는 “조각난 비구름대가 서울을 통과하면서 비를 내렸기 때문에 구별 강수량 편차가 매우 컸다”고 말했다.

국립기상연구소 관계자는 “여름철 국지성 호우가 아열대 지역의 스콜을 닮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스콜은 특정 지역에 주기적으로 내리는 특징이 있는데 아직 그런 현상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동규 명예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갈수록 연 강수일수는 줄고 연 강수량은 늘어나는 추세여서 국지성 호우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의 고민도 커져간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런 국지성 호우를 100% 예측하는 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16일 아침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에서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비는 오후에 강원도까지, 밤에는 충남 서해안까지 확대되겠다.

충청 이남에는 가끔 구름이 많겠다. 충청 내륙과 경북 북부 내륙에는 오후 한때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22도에서 26도, 낮 최고기온은 25도에서 34도로 예상된다.

바다의 물결은 서해 먼 바다에서 2∼4m로 매우 높게 일겠다. 동해 중부 먼 바다는 오후에 2∼3m로 점차 높게 일겠다. 그 밖의 해상에서는 0.5∼2.5m로 일겠다.

이사야 기자 수원·춘천=김도영 서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