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말 유창해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檢 사칭 보이스피싱 1000만원 가로채

입력 2013-07-15 18:07 수정 2013-07-15 22:09

30대 회사원 A씨(여)는 지난 1일 오후 3시30분쯤 부산 지역번호가 찍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부산지방검찰청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B씨는 “(A씨의) 통장이 사기단의 대포통장으로 사용돼 공범 여부를 확인하려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놀란 A씨가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자 B씨는 “통장에서 현금이 오간 내역을 조사하려면 통장에 1000만원 정도 돈이 들어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형적인 서울 말씨였다.

A씨는 부산지검 수사관이 서울말을 쓰는 게 의심스러워 걸려온 전화번호로 다시 전화했다. 수화기 너머에선 “부산지방검찰청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A씨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통장 잔고가 별로 없던 A씨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대출로 800만원을 급히 마련해 통장에 1000만원을 입금했다. 이어 B씨가 알려준 은행 사이트에 접속해 보안카드 일련번호 등을 입력했다. 그러자 입금한 돈이 곧 빠져나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5일 이런 수법으로 검찰을 사칭해 A씨에게 1000만원을 가로채 달아난 일당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A씨에게 정식 은행 사이트와 똑같이 꾸민 가짜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 접속케 했다. A씨가 입력한 개인정보와 보안카드 일련번호 등을 몽땅 빼내곤 A씨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달아났다. 검찰 행세를 하고 가짜 사이트를 알려주고 보안카드 일련번호를 입력케 하는 등 전형적인 파밍(Pharming) 수법이지만 A씨는 맥없이 당하고 말았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연변 사투리를 쓸 거란 생각에 또렷한 서울 말씨를 듣고 방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