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입양아들 한국 떠날 때 선물로 주세요” 16살 로잘리의 ‘우정 담은 인형’

입력 2013-07-15 18:07


이달 초 출국한 세 살 현규(가명)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금발의 엄마와 자상한 미소를 가진 아빠 품에 안겨 있었다. 미국인 예비 양부모 중 최초로 법원 심리를 받은 존슨 부부는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달 현규의 부모가 됐다. 현규는 피부색이 다르지만 함께 살아갈 형, 누나도 생겼다. 이 가족은 현규를 안고 제주도, 강원도를 여행하며 ‘엄마의 나라’에서 마지막 추억을 만들었다.

현규는 한국 땅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인형 하나를 손에 쥐었다. 천으로 만든 귀여운 표정의 곰돌이와 오리 인형은 미국의 한국인 입양아 로잘리 프룸(16) 양의 ‘로즈버디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로잘리는 1996년 생후 3개월 만에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입양됐다. 미국의 새 부모는 상처받은 그를 친딸처럼 극진히 키웠다. 로잘리는 자신이 미국 부모에게 받은 사랑과 입양으로 얻은 꿈을 새 입양아들과 나누기로 결심했다.

로잘리는 자신의 애칭인 ‘로즈버드’의 로즈와 버디(buddy·친구)를 합친 ‘로즈버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캘리포니아의 학교·교회·마을 등 한국 입양아 후원에 뜻을 모은 이들이 성금을 냈고 지역 수공업자들이 흔쾌히 동참해 재료비만 받고 인형 200개를 만들었다. 로잘리는 직접 쓴 카드와 인형을 정성껏 포장해 동방사회복지회에 보냈다. 카드에는 ‘내 인생에서 입양은 늘 선물이었다. 새롭게 입양되는 이들과 우정의 손길을 나누고 싶다’고 적혀 있다.

로잘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정체성을 고민할 때 부모님은 늘 한없는 사랑으로 날 지지해줬고 친구들 역시 내가 입양아란 사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줬다”며 “내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새롭게 입양되는 친구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담아 작은 선물을 보낸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된 입양특례법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입양 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법 때문에 아기들이 새로운 가정을 찾는 기회가 박탈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로잘리는 입양아들을 ‘친구’(my younger adopted friends)라고 불렀다. 그는 “입양된 이들이 인형을 보며 ‘내게도 친구가 있다. 내 행복을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이것이 로즈버디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