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논의 ‘4개월 헛바퀴’… 행복위, 합의안 도출 결국 실패

입력 2013-07-16 04:58


4개월 논의 끝에 합의한 건 명칭과 재원, 두 가지였다. 국민행복연금 대신 기초연금을 문패로 달고, 세금을 재원으로 결정했다. 기초연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지 가장 핵심적인 질문에 대해 7차례의 격론을 통해 도달한 결론은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안들을 놓고 합의를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지급’을 내건 기초연금 공약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15일 7차 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노동계 및 농민단체(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6월 말 6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탈퇴를 선언해 이날 회의에는 불참했다. 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공약을 지키지 않기 위한 핑계를 만드는 안에 세 단체가 서명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17일 발표될 최종 보고서는 이들 세 단체가 빠진 채 반쪽짜리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나마 보고서에는 단일 합의안 대신 그간 논의된 3∼4개 복수안이 병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류근혁 국민연금정책과장은 이날 행복연금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감한 부분에서 합의가 너무 어려워 보고서에 하나의 합의안이 제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위원 전부가 동의한 것은 ‘내년 7월 기초연금을 세금으로 지급한다’는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이 외에 보고서에 제시될 안들은 ①소득 하위 70% 대상으로 소득에 따른 차등 지급 ②소득 하위 70% 대상 국민연금 수급액에 따른 차등 지급 ③최저생계비 150% 이하 차등 지급 ④소득 하위 80% 대상 월 20만원 지급 등이다. ④번은 탈퇴한 세 단체들의 주장이어서 최종 서명을 하지 않을 경우 아예 보고서에서 빠지게 된다.



위원회 활동이 4개월 만에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공은 8월 중 확정될 정부안을 거쳐 결국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공약 후퇴를 둘러싸고 격렬한 사회적 논쟁이 예상된다.



기초연금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해온 한 교수는 “4개월 동안 갖은 잡음 끝에 결국 위원회를 가동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는 결론이 나왔다”며 “자유롭게 의견을 듣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대선 공약 이행 방식을 정하기 위해 만든 위원회에서 공약 폐기를 포함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논의할 수 있는 것처럼 대화를 시작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대선 공약 실행 여부를 논의하는 위원회라는 출발 때문에 활동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해돼 논의가 소모적으로 흘렀다”고 아쉬워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