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63년 된 전보 서비스 역사 속으로…

입력 2013-07-15 17:52

전보가 도착하면 무슨 큰일이나 경사가 있나 싶어 마음 졸이던 시절이 있었다. 2013년, 전통적인 전보 서비스가 말 그대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미국 CBS 등은 14일(현지시간) 인도 전신국이 이용객 부족과 적자 누적으로 163년 된 전보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인도에서 전보는 1850년 처음 개통돼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전하는 통신도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통신의 ‘왕’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7년 동안은 2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적자가 났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업무적 용도로만 전보를 이용합니다.” 델리의 전신국 직원 라타 하리트씨는 말했다. “더 이상은 가족의 생일이나 사망을 알리기 위해 전보를 치지 않아요. 그런 목적으로는 전화나 휴대전화만 이용하지요.”

1972년부터 전신 기사로 일해 온 발짓 싱씨는 84년 10월 인디라 간디 총리가 암살당한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전보를 치기 위해 몰려들던 광경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땐 정말 밤낮없이 일했어요.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었으니까요.” 전신 기사로서 싱씨의 업무도 이제 마지막이다. 그는 몇 달 후 퇴임한다.

전신국은 14일까지 전보 접수를 받은 뒤 15일까지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다. 이날 마지막 전보를 보내려는 인파로 인도 전역 75개 전신국이 이례적인 성황을 이뤘다. 한때는 4만5000여개에 달했던 전신국이지만 마지막날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곳들이다.

정보통신(IT) 업계 전문직에 종사하는 타룬 자인씨는 “친구와 서로 마지막 전보를 보내기로 했다”며 “곧 이 일은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