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 공약가계부도 경제성 없으면 접어야

입력 2013-07-15 18:19

새 정부의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요청된다.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에 따르면 새 정부가 제시한 27개 신규 지방 SOC 공약 사업 가운데 10개가 예비 타당성조사를 마쳤으며 이 가운데 9개가 ‘경제성 없음’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는 최소한 셋 중 하나가 경제성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아직 예비 타당성조사에 들어가지 않은 지방 공약사업에 대해 더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겠다.

정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재정 지원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예비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때 조사의 핵심 지표는 비용 대비 편익(B/C)비율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B/C비율이 1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은 9개 사업의 평균 B/C비율은 0.66에 불과했다.

B/C비율이 1 이하인데도 사업을 추진하면 필연적으로 예산낭비 사태가 발생한다. 하루에 고작 수십 대의 차량이 지나는 연륙교, 지역 농민들이 곡식 말리는 장소로나 쓰는 4차선 도로, 러시아워 때도 텅텅 빈 경전철 등이 대표적인 억지 공약사업이다. 지역주민으로서야 해당 공약사업이 좌초되는 것은 아쉽겠지만 비용 대비 편익의 부조화는 나라살림을 훼손하는 근간이라는 점에서 B/C비율은 금과옥조로 지켜져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하면서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예비 타당성조사 자체를 아예 거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뿐 아니라 과거 예비 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은 SOC 사업까지도 지난 5일 새 정부가 발표한 106개 지역공약 이행목록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 고장의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하는 마음은 가상하지만 그 때문에 타 지역 국민에게 재정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지역공약 이행계획 발표 당시 “타당성이 낮은 경우 사업의 효과성 및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재기획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여지를 남긴 듯 보이지만 속내는 무리한 추진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제 구체적으로 B/C비율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가 원칙에 입각해 ‘과감한 포기’를 결정해야 할 때다.

아울러 지역공약 이행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강조해온 ‘민자사업 활성화’도 그 기준은 B/C비율 분석이라야 맞다. 민자 SOC사업의 경우 당장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 않아 손쉽게 추진할 여지가 있겠으나 사업의 경제성이 낮으면 결국 재정에서 투자회수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음은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사안이다. 지방 공약가계부도 경제성이 없으면 과감히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