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목사의 시편] 브라질의 축구와 가인의 피

입력 2013-07-15 17:30 수정 2013-07-15 21:55


지난 6월 30일 브라질 마라냥에서 열린 아마추어 축구 경기 도중에 심판과 선수가 서로 죽이는 참사가 일어났다. 경기에서 적색카드를 받고 퇴장을 해야 하는 선수가 카드를 든 심판에게 격하게 따지고 들자 심판이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칼로 선수의 배를 여러 번 찔렀고, 선수는 병원에 가던 중 사망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관중들이 함께 경기장 안으로 달려가 심판을 돌로 쳐 죽인 후 그의 사지를 자르고 참수하여 장대에 꽂아 축구장 가운데 전시했다고 CNN뉴스가 전하고 있다.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LA에서 목회할 당시, 월드컵 8강과 4강전 때는 LA올림픽 한인타운 안에 있는 한남마켓 주차장에 가서 승리를 위해 예배드리고 응원한 적이 있다. 축구경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고 마음은 한없이 괴로웠고, 축구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2014년 월드컵을 유치한 브라질은 이 최악의 사태로 축구의 본고장이라는 명예에 치명상을 입었다. 선수와 심판의 안전문제는 물론이고 선수와 심판의 자질문제 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축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오는 관광객들의 안전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의 오심과 선수들의 과잉 대응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포츠 경기가 돈과 연결되면서 무한 경쟁, 우승만을 위한 질주 때문에 인간이 갖추어야 할 심성과 인격의 기본소양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스포츠에는 절제와 인내가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분노와 혈기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인내와 절제,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과 배려,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의 정신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부터 스포츠맨십은 가장 고귀한 인격의 표현으로 존중받았다.

이탈리아 로마에 가면 꼭 봐야 할 관광명소가 있다. 콜로세움 원형경기장이다.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네로의 개인 별장 황금궁전의 인공호수가 있던 자리에 지은 것이다. 폭군 네로와 달리 자신의 서민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만든 콜로세움은 처음 공공의 공연장이었으나 후에 로마검투사들의 싸움경기장, 검투사와 동물의 격투기장으로 변질되면서 피를 통한 쾌감과 만족을 주는 장소로 변했다. 아담과 하와가 타락한 이후 인간의 피에는 시기와 질투와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이것을 절제하지 못하면 가인이 아벨을 죽인 인류최초의 살인사건처럼 피를 흘리는 역사가 반복된다.

마라톤 경기에서 마라톤 경주자가 인내하며 풀코스를 뛰는 모습은 우리에게 감격을 안겨다 준다.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를 넘는 아름다운 정신과 체력의 연합이다. 이런 스포츠 정신이 분노와 혈기와 인간의 광기로 얼룩이 져서는 안 된다. 운동선수든 관중이든 심판이든 모든 사람들이 우리 속에 녹아 있는 죄성을 예수의 이름으로 씻어내고 스포츠의 진정한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순복음분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