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여러분들’께 한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지난 시절, 한국교회의 수많은 영적 거인들이 이 땅의 부흥을 견인했습니다. 우리는 거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적 거인들의 분투, 노력으로 인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마음의 감사를 표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교회를 여기까지 끌고 온 동력은 교회의 영웅들뿐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여러분들이라는 사실도 말하고 싶습니다.
성경에는 무수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윗과 모세, 아브라함, 삼손, 에스더…. 그들을 중심으로 성경이 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아무것도 아닌’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무명(無名)씨들이 성경의 주역입니다. 한번도 우리 뇌리에 기억되지 않은 사람들 역시 성경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들은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들이었습니다. 죽은 자 같으나 살아 있었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했습니다.
한국교회 부흥의 주역들도 무명씨들입니다. 당신과 같은 ‘아무것도 아닌 자들’이었습니다. 그저 한 조각 믿음을 갖고 교회를 지키며, 눈물로 기도하며, 금식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좇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은 결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 평신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성경에 ‘평신도’란 단어는 없습니다. 흔히 평신도로 번역되는 희랍어 ‘라오스(laos)’의 본 뜻은 ‘모든 하나님의 성도’랍니다.
그동안 직업상 교회 영웅들의 당당한 모습과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의 눈물어린 기도의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영웅들
이 이룬 무수한 ‘큰 일’들에 환호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온 세상을 내가 이렇게 다스리거늘, 네가 이제 ‘큰 일’을 찾고 있느냐? 그만두어라.”(렘45:4∼5) 아무것도 아닌 당신은 진정한 ‘큰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오직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사랑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 무너짐을 통해서 겸손을 배웁니다. 헨리 블랙가비 목사님은 말했습니다. “진정한 겸손은 나의 힘으로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요. 아무것도 아닌 당신들은 이미 겸손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세상의 소망’임을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아무것도 아닌 당신들, 무명의 크리스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용을 써도 오지 않던 부흥도 하나님이 감동하시기만 하면 일시에 오는, 쏟아 부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무명씨들이야말로 하늘의 진정한 영웅이겠지요.
국민일보기독교연구소가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당신들’, 하나님의 얼굴만을 쫓는 여러분들과 함께 가는, 그래서 이 땅에 아버지의 마음을 나누는 동행(同行)의 연구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시대에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알리는 연구소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샬롬.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
[이태형 칼럼] ‘아무것도 아닌’ 당신께
입력 2013-07-15 17:25 수정 2013-07-15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