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손발 차고 시리다고? 척추질환 의심!

입력 2013-07-15 17:40


선풍기와 에어컨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든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발이 차고 시리다는 이유로 찬바람을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족냉증 환자들이다. 보통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 수족냉증이 실제론 척추관협착증이나 경추척수증과 같은 척추질환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제일정형외과병원 김재훈 원장은 15일 “흔히 발이 시리면 말초혈액순환 이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만약 다리에 힘이 없고 엉덩이, 발바닥까지 아픈 증상이 동반될 경우엔 한 번쯤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원장도 “목뼈 속의 신경(경추척수)이 눌릴 경우 그 신경의 영향을 받는 손이 시리고 저릴 수 있다”며 “이 경우 혈액순환 개선제만 복용하면 진짜 원인인 척추 쪽의 문제를 계속 방치, 병을 키우게 된다”고 경고했다.

◇발이 시릴 때는 척추관협착증=먼저 척추관협착증은 신경다발을 보호하고 있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허리 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리에 여러 복합적인 신경 이상 증세를 일으키는 척추 질환의 일종이다.

60대 이상 노년기에 많이 발생하며 주로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거나 보통 속도로 걸을 때 다리가 약간 아픈 느낌과 함께 힘도 빠지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급기야 100m, 50m만 걸어도 마치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다리가 저리게 된다.

심한 경우 혈액순환 감소에 의한 감각신경 손상까지 겹쳐 발도 늘 시리게 된다. 김 원장은 “때로는 혈액순환 및 감각신경 이상으로 다리 피부에 따가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나아가 운동신경 손상이 겹치면 다리가 가늘어지고 용변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병 초기엔 물리치료, 보조기, 운동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된다. 불가피한 경우에 시행되는 수술은 고령에도 부담 없이 5∼10분 만에 시술이 가능한 신경성형술이 흔히 사용된다. 신경성형술은 X선 장비가 달린 특수 카테터(관)를 협착증으로 좁아진 척추 부위에 집어넣어 신경을 풀어주거나 약물을 주입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손이 시릴 때는 경추척수증=늘 손끝이 차갑고 시린 경우도 있다. 이때는 목 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경추척수증 등이 의심된다.

목디스크는 손 저림과 함께 목이 뻐근하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동반된다는 게 말초혈액 순환장애에 의한 일반적인 수족냉증과 다른 점이다. 손목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릴 때 통증을 느끼게 되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주로 손바닥, 검지, 중지, 약지가 저리고 손과 손목을 많이 쓰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목뼈 안에 있는 척수가 압박 자극을 받을 때 나타나는 경추척수증에 걸리면 손끝이 차고 시린 증상 외에 손놀림이 어눌해져 글쓰기나 단추 끼우기, 젓가락질과 같은 세밀한 손 운동이 어려워지게 된다.

고 원장은 “경추척수증과 같은 목뼈 이상으로 손이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벌써 병이 꽤 진행된 상태라는 신호”라며 “이미 신경이 많이 눌려 있어 갑자기 마비나 근위축 증상으로 자칫 꼼짝도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빨리 치료하는 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증상 개선을 위해선 걷기, 수영, 실내자전거 등의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 목뼈에서 허리뼈까지 척추체를 전체적으로 튼튼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심장의 펌프 기능을 강화해 피돌기도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손발이 시릴 때 양말을 신거나 따뜻한 물에 잠시 담그는 것도 증상을 일시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