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호등’ 혓바닥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입력 2013-07-15 17:26
수지침은 손바닥이 인체의 축소판이란 가설을 기반으로 발전한 한방 의술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혓바닥만 잘 살펴도 우리 몸에 생기는 병을 짐작, 미리 대처할 수 있다는 진단의학이론이 있다.
바로 ‘설진(舌診)’이다. 설진은 혀의 모양과 색깔 변화를 보고 우리 몸이 건강한지 여부를 살피는 진찰 행위다. 한의사들과 치과 의사, 이비인후과 의사, 내과 의사들이 초진(初診) 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혀는 특히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거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실 박영배 교수는 “혀가 지나치게 붉다면 몸 안에 열이 많다는 것을 뜻하고, 반대로 너무 창백할 때는 인체의 기혈(氣血)이 부족하거나 몸이 냉하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아침저녁, 또는 수시로 이를 닦으면서도 소홀히 하기 쉬운 혓바닥이 전하는 건강신호등에 대해 알아본다.
◇설태가 암갈색으로 변하면 위장 문제=혀를 쑥 내밀어 보면 발그레한 표면에 하얗게 이끼가 낀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이를 설태(舌苔)라고 한다.
이 설태는 혀의 표면에 아주 얇게 흰색으로 고루 덮여 있어야 정상이다. 짙은 회백색을 띠고 층까지 두텁게 형성돼 있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경고다. 갈색 또는 암갈색의 이끼 같은 것이 달라붙어 있을 때는 위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또 색깔이 노랗게 변하면 몸에 열이 많아졌다는 신호다. 이때는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을 가려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구암의료재단 군산한방병원 송호철 원장은 “몸에 열이 있는 경우엔 찬 음식을 먹어도 되지만, 속이 냉할 때 찬 음식을 먹게 되면 속이 더 차가워지게 돼 몸 상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밖에 빈혈 환자들은 혀의 색깔도 창백하고, 선천성 심장기형 어린이들은 입술과 같이 혀도 보랏빛으로 변하기 쉽다.
혀의 모양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게 좋다. 비장이나 신장이 약해지면 혀가 두툼해지고 모양도 원형에 가깝게 변한다. 만약 혀의 두께가 지나치게 얇아 보이면 몸이 냉하거나 기혈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혓바늘은 면역력 떨어졌을 때 발생=혓바늘은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침이 분비되지 않거나 양이 적어지면서 살균작용을 하는 침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됐을 때 나타나는 이상 증상이다.
따라서 혓바늘이 생기면 컨디션 저하로 몸에 이상이 생겼으니 휴식을 취하고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 혓바늘은 특별한 전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는 한, 대부분 별다른 치료 없이 푹 쉬면 1∼2주 이내에 없어진다.
만약 혓바늘이 심하게 돋아 불편할 때는 이비후과나 치과를 방문,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자. 음식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심할 때는 바르는 연고 외에 레이저로 환부를 지지는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혓바늘이 생겼을 때 주의할 점이 또 있다. 혓바늘처럼 보이는 것이 충분히 쉬었는데도 2∼3주 이상 끌며 잘 낫지 않거나 같은 자리에 반복적으로 생기는 경우다. 이때는 설암일 가능성도 의심해야 하는 만큼 구강암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차인호 교수는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면 검은 설태, 즉 흑태(黑苔)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감기가 잘 낫지 않아 약을 오래 쓰는 경우에도 조심해야 한다”며 “위장병 등 속병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설암과 같이 치명적인 자체 질환도 종종 생기므로 이를 닦을 때 혀의 모양과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