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젊은이들 재능기부 모임 ‘뭉클’, “평범한 부모님의 자서전 만들어 드려요”

입력 2013-07-14 19:36


“부모님의 진솔한 인생을 담은 자서전을 만들어 드립니다.”

2030세대 젊은이들이 평범한 부모의 자서전을 제작하는 ‘생애사 기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쇄비 등 실비 20만∼30만원만 부담하면 누구나 젊은이들의 재능기부로 제작되는 자신의 자서전을 받아볼 수 있다.

이런 일을 벌인 건 학생 직장인 소설가 등 다양한 젊은이들의 모임 ‘뭉클(munkle)’이다. ‘뭉클하다’의 어근을 알파벳으로 표기한 이름으로, 독일어로는 ‘소곤소곤 말하다’란 뜻이 된다.

모임을 만든 교사 정대영(33)씨는 2010년 아버지 장례를 치르며 아버지의 삶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어머니와 누나에게 물어 아버지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수록 아버지 역시 한 남자이자 학생이었고, 아들이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이듬해 5월 정씨는 부모님의 자서전을 써보자며 온라인에 공고를 띄워 뜻을 함께할 이들을 모집했다.

이렇게 결성된 뭉클은 50∼60대 부모님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아 단행본 형태의 자서전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이 일이 사회 공익 추구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부모님의 자서전을 제작해 가족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에서다.

지금까지 두 명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품에 안았다. 책자는 가족을 위한 소장용으로 각각 5부 정도만 찍었다. 제작기간은 두 달가량 걸린다.

자서전의 첫 번째 주인공 김경자(60·여)씨는 “자서전은 사실 지금부터 써야 할 것 같다. 더 잘 살고 싶다”며 책 제목을 ‘행복은 시작이다’라고 지었다. 자서전을 의뢰한 김씨의 아들 한준(31)씨는 이후 뭉클 회원이 됐다.

대학생 회원 조소담(23·여)씨는 “지난 대선 후 부모님과 정치적 신념 충돌로 일종의 ‘멘붕’을 겪었다”며 “하지만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리 부모세대의 삶이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가 임태빈(31)씨는 “이 작업이 세대 간 가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많은 사람과 함께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