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찍어내면서… 조폐공사 60억 적자?

입력 2013-07-14 19:28

5만원권이 등장하면서 신규 지폐 제조량이 5년 사이에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돈을 찍어내는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60억원에 이를 정도로 실적이 악화됐다.

14일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공급한 지폐는 5억5000만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5만원권이 나오기 전인 2008년(17억1000만장)의 32.2%에 불과한 규모다. 지폐 공급량은 5만원권이 도입된 2009년 9억9000만장으로 반토막이 난 뒤 최근에는 5억장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폐공급량이 감소한 것은 5만원권이 큰 인기를 끌면서 1만원권 등 다른 액면권 지폐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5만원권 공급량은 2011년 1억1000만장, 지난해 1억8000만장 등으로 증가 추세다. 반면 2008년 10억8800만장을 기록했던 수표 납품량은 5만원권 발행 이후 지난해 4억4300만장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다 신용카드 소액결제 확산으로 지폐 및 주화 사용량도 급감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박근혜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 등으로 5만원권이 ‘장롱’이나 금고 속으로 숨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한은은 ‘주요 통화관련 지표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통화유통속도가 하락한 것은 금융·경제구조의 변화와 제도·정책변경의 결과”라며 “5만원권의 발행 효과와 저금리 기조로 현금보유 성향이 강화된 게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돈이 돌지 않고, 5만원권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조폐공사의 지폐 공급 매출은 2008년 1321억원에서 지난해는 785억원으로 40.6%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21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당기 순손실은 60억원에 달했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우즈베키스탄 면펄프 사업체 GKD의 손실도 실적악화를 부채질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펴낸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에서 “GKD 손실과 함께 조폐공사의 주요 사업인 화폐와 수표의 수요 감소로 당분간 공사의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