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시작했는데… 맏형 ‘은행’은 찬밥

입력 2013-07-14 19:27 수정 2013-07-15 00:45


우리금융그룹의 ‘맏형’인 우리은행이 ‘찬밥’ 신세다. 우리금융 계열사를 세 묶음으로 나눠 팔기로 한 정부 결정 이후 우리은행에 인수의지를 보이는 곳이 거의 없다. 반면 지방은행계열과 증권계열은 서로 인수하겠다며 줄을 서는 등 과열양상이다. 자칫 우리금융 민영화에 난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그룹 한동우 회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에 난색을 표했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이 우리은행과 지방은행계열 인수에 참여하는 것은 시너지 창출 면에서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재 신한금융의 차입금이 7조원 정도 되고 바젤Ⅲ 규제 때문에 자본금도 더 확보해야 해서 (우리금융 계열사 인수는) 당장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친 우리금융 민영화 시도에서 항상 우리은행 인수 1순위로 꼽혔던 KB금융도 몸을 사리고 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지난 12일 취임식에서 “비 은행계열사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부족한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대신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의 증권계열 인수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다. 국내 1위인 은행 업무는 그대로 두고 약점만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인수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교보생명은 컨소시엄 등을 구성, 부족한 자산을 메워 우리은행 인수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비좁은 보험업계에서 벗어나 은행으로 발을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인기가 식은 우리은행과 달리 15일부터 시작되는 경남·광주은행 매각은 뜨겁다. 지방 금융그룹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BS금융그룹과 DGB금융그룹은 경남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JB금융그룹은 광주은행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여기에다 경남과 광주지역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상공회의소 등은 경남·광주은행을 지역민의 품으로 돌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최대어로 꼽히는 증권계열도 인수자가 쏟아지고 있다. 대형 금융그룹을 비롯해 증권사, 보험사도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만 KB금융과 NH금융이라는 거대 금융그룹이 버티고 있어 실제 주인은 두 곳 중 하나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NH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이후 농협증권에 인수팀을 구성하고 법률·재무 검토를 진행 중이다. KB금융도 국민은행장 인선 등 인사절차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증권 인수 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신한금융은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한금융 고위관계자는 “요새 증권업이 과잉투자됐다는 말이 많다”며 “우리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을 합치면 자본금에 비해 총자산순이익률(ROA)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너무 낮아진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증권업이 극도의 불황을 겪고 있는 데다가 인수전이 치열해지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교보생명과 HMC투자증권도 우리투자증권 인수의사를 보이고는 있지만 두 거대 금융그룹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지방은행계열이나 증권계열은 인수하겠다고 서로 나서는 형국이라 정부가 원하는 가격에 인수될 것”이라며 “반면 우리은행은 덩치가 너무 커 민영화가 생각보다 난항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강준구, 광주=장선욱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