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삼이사도 수입이 줄면 지출을 줄인다
입력 2013-07-14 19:23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이 작년보다 10조원가량 덜 걷힐 것이라고 한다. 하반기에도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연간 20조원의 세수가 펑크 나게 생겼다.
세수 부족은 예견된 일이다. 소비·투자·수출이 부진하면서 경제성장률이 8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고 있으니 각종 세금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유독 법인세 징수가 부진하다는데 걱정스럽다. 조선 화학 건설 해운 등 대다수 기업들이 경기부진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화려한 실적에 가려 상당수 기업들이 생사기로에 내몰리는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
문제는 세수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경기둔화, 일본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 등 하반기 경제여건이 더 가시밭길이다. 정부가 상반기 동안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 4·1부동산 대책, 2차례 투자활성화 대책, 서비스산업 대책 등 온갖 처방을 쏟아냈는데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세무공무원들이 지하경제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대고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의 회계장부까지 샅샅이 훑어도 연간 복지재원 27조원, 5년간 135조원을 마련하는 데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세외 수입을 늘리자고 우리금융지주 등 공기업 매각을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니다.
세수를 늘리는 근본적인 해법은 장기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호를 다시 활기차게 굴러가게 하는 일이다.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살아나 성장률이 올라간다면 세수는 저절로 불어나게 돼 있다. 정부는 알맹이 규제개혁안은 쏙 빼놓은 채 근거도 없이 하반기 경제상황을 낙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손톱 밑 가시’를 빼는 것만으론 경제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과거 일본처럼 저성장 늪에 빠지고 있는 우리 경제를 살려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은 멍석을 다 깔아주고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해도 부족할 판이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도 필수적이다.
재정이 부족해 예산집행을 못하는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 2차 추경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세수부족을 메우자고 나라곳간을 허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장삼이사들도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인다. 하물며 342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나라살림을 운용하는 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세수가 펑크 나고 있는데 증세는 안 하면서 공약을 다 이행하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들어오는 돈에 맞춰 씀씀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 뱁새가 황새를 좇아 복지정책만 늘린다면 남유럽국가들처럼 재정이 파탄 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도 국민들의 선택이 복지확대 쪽이라면 증세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