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엽제 피해자 지원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입력 2013-07-14 19:21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베트남 참전 피해자들이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국내 재판 최종심에서 대부분 패소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평생 고통을 겪으면서도 한 가닥 희망에 매달려 14년을 기다려온 고엽제 피해자들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이 아픔을 키우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베트남전 파병 장병들이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후유증을 입었다며 다우케미컬 등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염소성여드름을 제외한 당뇨병과 폐암, 비호지킨임파선암, 말초신경병, 버거병 등 대부분의 질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뇨병 등은 발생원인 등이 복잡다기하고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흡연·식생활습관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서 고엽제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된 염소성여드름 환자 39명은 미국에서 국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들이 가야 할 길도 산 넘어 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엽제 노출과 질병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 첫 법원 판결인데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인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고엽제에 관한 정보나 전문지식이 부족한 피해자들이 연관성을 입증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먼 이국 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것도 모자라 오랜 기간 질병에 시달리는 고엽제 피해자들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정부가 ‘고엽제후유의증 환자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원하고 있지만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수준이다.
이제 고엽제 피해자들은 미국에도, 한국에도 더 이상 하소연할 곳이 없는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고엽제 피해 용사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와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쟁에 참여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위무하는 일은 참전을 결정한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