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소년 총격 살인자에 무죄 선고… “인종차별” VS “정당방위” 논란
입력 2013-07-14 19:19 수정 2013-07-15 00:12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총기규제, 정당방위 논쟁이 뒤섞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조지 짐머만 사건’에 대해 플로리다주 세미놀카운티법원이 13일(현지시간) 무죄를 선고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샌포드시에서 일어났다. 백인과 히스패닉 혼혈인 이 지역 주민 조지 짐머만(29)이 편의점에서 사탕을 사들고 집에 가는 17세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맞닥뜨린 것. 몇 분 후 마틴은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짧은 순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짐머만은 이 지역 자경단장이었다. 마틴은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고, 사건 당시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짐머만은 경찰에 “소년의 몸집이 커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 지역엔 흑인에 의한 도난범죄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초기 경찰과 검찰은 짐머만을 무혐의로 판단하고 기소하지 않았다. 2005년 도입된 플로리다주 법률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가 적용된 것이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는 침입자에게 총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정당방위 개념을 집 바깥에까지 적용한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정당방위 목적으로 비무장 개인에게 총기를 사용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 전미총기협회 등 총기 이해 당사자들의 강력한 로비로 여러 주에 제정된 이 법은 제정 직후부터 현재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법률이기도 하다.
사실이 알려지자 미 전역이 들썩였다. 논란은 아무리 위협적이더라도 사탕 봉지를 든 비무장 일반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게 정당한가라는 반문에서 시작해 인종차별 논란으로 불거졌다. ‘후드티를 입은 흑인 소년은 모두 범죄자란 말이냐’는 여론이 일면서 흑인은 물론 백인과 여타 유색인종까지 동참하는 ‘후드티 시위’도 일어났다. 결국 검찰은 짐머만을 2급 살인 혐의로 뒤늦게 기소했다.
재판이 시작된 뒤 짐머만 측은 총격이 정당방위였음을 입증하기 위해 애썼다. 마틴과 시비가 벌어져 실제로 가격을 당했다며 증거자료를 첨부해 제출한 것이다. 결국 6명의 배심원단은 짐머만이 무죄라고 판단했다. 전원 여성인 이들 중 5명이 백인이다.
판결 직후 흑인 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법원 앞에 삼삼오오 모여 판결을 기다리던 흑인들은 소식을 듣고 “정의는 죽었다” “트레이본을 죽인 자는 누구인가”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1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곳곳에 유리창이 깨졌고,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200여명이 모여 시위했다. 흑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워싱턴DC에서도 시위가 이른 새벽까지 이어졌다. 흑인권익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는 법무부가 짐머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청원운동에 돌입했다. AP통신의 한 기자는 트위터에 “우리는 모든 10대를 죽여도 되는가”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
평결 직후 후폭풍을 우려한 경찰은 사건이 벌어진 마을 주변에 병력을 배치해 둔 상태다. 이날 마틴의 아버지는 슬픔을 표시하면서도 “지지해준 모든 분에게 고맙다. 트레이본을 사랑한다”고 밝혔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