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평가 1위 자리 뺏길라… 정부, 좌불안석
입력 2013-07-14 19:06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의 착륙사고로 ‘최고 항공안전국’ 자리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각국의 항공안전 수준을 가늠하는 세계적인 척도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안전평가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ICAO 안전평가에서 191개 회원국 가운데 종합 평점 98.89점을 얻어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다.
통상 6년 만에 한 번씩 하던 ICAO의 평가는 올해부터 상시 평가로 전환돼 현재 191개 회원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토부·국방부·소방방재청·항공기상청·해양경찰청·한국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 6개 기관이 지난해 3월부터 ‘범정부 합동대책반’을 꾸려 1년 이상 평가에 대비해 왔다.
정부가 ICAO 평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ICAO의 평가 결과가 각국 항공 분야의 국제 신인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평가에서 낮은 안전등급을 받게 되면 해당국 항공사와 공항 등은 국제사회에서 운항 정지나 노선 확장·코드셰어(노선 공동운영) 제한, 보험료 인상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ICAO 안전평가에서 운항·항공종사자 자격 증명 및 관리의 부실, 정비·사고·면허관리 체계 미비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지적된 것이 발단이 돼 2001년에는 미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낙후국 수준인 ‘2등급’ 판정을 받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평가에는 항공법령·운항·정비·공항·항공기상·수색구조·사고조사 등 1016개 항목이 조사대상이다. 이 가운데 국적기의 사고와 사망자수는 특히 비중 있게 보는 항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민감한 때에 사고가 난 것을 놓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CAO는 올해부터 안전평가를 상시체제로 전환하면서 해당 국가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온라인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현장 실사단을 보내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