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만 기대하는 ‘천수답 재정’… 뾰족수가 없다
입력 2013-07-14 18:48
‘세수 구멍’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가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올해 사업을 집행하지 못한 불용액을 전용하고, 정부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등 ‘마른 수건’을 쥐어짤 방침이다. 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등 정부가 보유한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135조원에 이르는 공약가계부를 마련하면서 쓸 수 있는 돈을 모두 끌어모은 데다 지분매각을 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결국 해법은 경기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가용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경기가 살아나야 목표세수를 달성할 수 있다. 나라 곳간은 경기회복이라는 ‘단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필요한 물을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 신세가 됐다.
◇정부, 세수 확보 총력전=기획재정부는 최근 예산실과 세제실을 중심으로 세목별 세수를 비롯해 향후 세수 감소 예상치 등에 대한 종합 분석에 착수했다. 세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우선 정부는 사업비를 집행하지 못한 세출 불용액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고 본다. 세출 불용액 규모는 4조∼5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상반기에 세수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불용액으로 부족분을 메우면 ‘세수 구멍’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우리금융그룹 등이 대상이다. 다만 기업은행의 경우 2006년 이후 지분 매각이 성사된 적이 없다. 1만1000원대까지 추락한 기업은행 주가도 지분 매각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선을 긋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14일 “2차 추경보다는 불용액이나 경상비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규사업의 경우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최대한 집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세수 부족 나아질 기미 안 보여=정부 대책만으로 상반기에만 10조원을 훌쩍 넘어버린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다음달쯤 돼야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있겠지만 예년 경험으로 보면 상반기 수치만으로도 올해 세수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세수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부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추경 등 각종 정책효과가 하반기에 힘을 발휘하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부가가치세 실적도 하반기에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소비가 좋지 않아 올 1분기 부가세 실적은 나빴지만 올 들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하반기에는 세수가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르게 본다. 상반기 경기침체가 하반기 세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감면 축소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가 이어져 하반기 세수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결국 공약가계부에 반영된 복지 지출을 줄여 세수와 균형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