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F1 진출 꿈이 보인다… 데뷔 3개월 된 한국청년, 첫 유러피언 F3 우승

입력 2013-07-15 04:59


서울대 공대 출신 카레이서가 유럽 모터스포츠 본고장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유러피언 포뮬러3(F3)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대공대 기계항공공학부를 나온 임채원(29·에밀리오데빌로타팀)이 주인공이다. 임채원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실버스턴 서킷에서 열린 2013 유러피언 F3 오픈 코파(F308) 클래스 9라운드에서 5.901㎞짜리 서킷 15바퀴(총 88.515㎞)를 30분18초735 만에 돌파해 1위로 골인했다. 2007년 독일 F3대회에서 네덜란드 입양아 출신 최명길(네덜란드·리카르도 브루인스 최)이 우승한 적이 있지만 한국 국적 선수가 F3에서 우승하기는 임채원이 처음이다. 임채원은 14일 같은 곳에서 열린 10라운드에서 30분21초868의 기록으로 4위를 차지했다.

유러피언 F3의 전체 16라운드 중 10라운드를 마친 임채원은 23일 귀국해 휴식을 취하다 8월말 다시 스페인으로 출국, 하반기 대회를 준비할 예정이다. 임채원이 출전하는 유러피언 F3는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 영국, 벨기에, 이탈리아 등 7개 나라에서 16차례 경주를 펼친다. 임채원은 남은 대회 결과에 따라 시즌 종합 우승도 가능하다.

어린시절 임채원의 꿈은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의 반대로 축구공과 이별하고 학업에만 전념했다. 2004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진학한 그는 못다 이룬 축구선수의 꿈을 대신할 목표를 찾아냈다. 바로 스피드의 세계인 모터스포츠였다. 자동차 공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딱 맞는 스포츠였다.

2009년 7월 본격적인 카레이싱 세계로 뛰어든 임채원은 이듬해 국내 자동자경주대회인 CJ슈퍼레이스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해 한국 모터스포츠 신인상을 탄 그는 2011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F1(포뮬러원) 머신처럼 생긴 포뮬러카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껏 일반 승용차를 개조해 만든 박스카만 탔던 그에게 포뮬러카는 미지의 세계 그 자체였다. 4~5개월 동안 그는 대회 때마다 코스를 이탈하고 방호벽을 들이받는 사고뭉치였다. 사고가 나면 수천만원씩 수리비가 깨졌지만 기량은 빠르게 성장했다. 마침내 2011년 10월 슈퍼 FJ 오카야마 시리즈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포뮬러에 입문한 지 1년도 안 된 풋내기가 10년 넘은 베테랑들을 물리친 것이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한 번만 달리면 서킷을 암기하는 명석한 두뇌,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쌓은 운동역학 지식, 목표를 향한 강한 집념 등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아시아를 넘어 올해부터 유럽의 정통 포뮬러 레이스에 뛰어든 그는 지난 4월 유러피언 F3 오픈 시리즈 개막전에서 당당히 준우승까지 차지했고 마침내 이번에 한국인 최초의 F3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F3는 최고봉인 F1 진출을 위한 교두보다. F1 바로 아래 단계에는 GP2(그랑프리)가 있지만 F3에서 능력을 인정받게 될 경우 GP2를 건너뛰고 F1까지 노려볼 수도 있다.

임채원의 꿈이 바로 F1 진출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그의 사전에 포기는 없다. 오늘도 그가 서킷(경주로)을 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