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鬼胎파문’ 봉합해도… 대선이 남긴 ‘불신’, 또다른 막말 ‘불씨’
입력 2013-07-14 18:44 수정 2013-07-15 00:17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鬼胎) 발언’으로 촉발된 여야 대치정국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 사과와 홍 의원의 원내대변인직 사퇴, 새누리당의 수용으로 정상화됐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난해 대선 이후 여야 간 뿌리 깊은 불신의 골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 시비에 대해 ‘트라우마(trauma·외상 후 정신적 장애)’가 있고 민주당은 대선패배 충격에서 오는 불복심리가 여전히 잠재해 있다는 분석이다. 서로에 대한 불신은 이성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정치 사안에 대해서마저 여야가 감정적으로 대치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측이 신뢰를 형성하지 않는 한 막말 파동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인 신뢰관계는 선거결과에 대한 승복,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존중,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 의지가 밑바탕이 돼야 형성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선무효화 투쟁이나 박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제기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에 대한 새누리당의 이념 공세는 신뢰를 만드는 데 장애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여야가 상대를 압박하며 대결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풍토 역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꼽힌다. 북한의 협상전략인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을 우리 정치권이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마저 존재한다. 여야 모두 극한 대결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리지만 그로 인해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정치는 황폐해진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의 막말은 단순한 국회 파행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정치문화 전반에 문제를 가중시킨다”며 “부적절한 발언 하나 때문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우리 사회가 양분화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자질도 문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망언을 규탄해온 우리 정치권이 막말과 극언으로 국민 불신을 자초하고 국회가 소모적인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결국 정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야가 엄격한 기준으로 공천을 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지난 2일 6월 임시국회를 마감하고 뒤풀이를 가진 자리에서 상생의 정치를 열어가자고 다짐했지만 그 약속은 오래 가지 못했고 막말 파동이 일어났다. 결국 말이 아닌 실천이 관건인 셈이다. 국회선진화법 취지에 맞게 절제된 언행과 대화로 품격 있는 정치를 지향하는 ‘정치권의 신뢰프로세스’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