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정부경] ‘겉과 속 다른’ 양건 감사원장
입력 2013-07-15 05:08
“제 평생의 학자적 양심과 신념을 걸고 독립성과 중립성을 감사원 최대의 가치로 여기겠습니다.”
양건 감사원장이 취임 전인 2011년 3월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밝힌 다짐이다. 그러나 최근 양 원장의 행보를 보면 이 같은 다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포기를 선언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2011년 1월에는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없다”던 감사원이었다. MB정부 말기인 2013년 1월 “부실시공”이라며 4대강 사업을 비판하더니, 급기야 4대강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한반도 대운하의 망령’을 폭로했다. MB가 발탁한 양 원장이 MB정부의 ‘최대 치적’을 ‘최대 치부’로 격하시킨 셈이 됐다.
양 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은 최근 몇 달간 하루가 멀다 하고 MB정부를 겨냥한 감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MB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한 뉴타운 사업에 대해서도 ‘지역 선심성 정책’으로 규정했다. 지난달에는 “공기업 부채 급증 원인을 MB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 탓”이라는 감사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일절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같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번번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당 내에서도 신구 정권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양 원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운영 방향 자체가 잘못되지 않는 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감사운영은 잘못된 게 아니라고 본다”는 발언을 했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강조할 것으로 기대했던 참석자들은 헌법학자 출신의 양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유임 전화를 받았다”고 자랑삼아 말하자 혀를 찼다.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직후 감사원장 교체를 두고 고심했으나 “감사원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그를 유임시켰다. 그러나 정작 유임 뒤 양 원장의 행보가 오히려 감사원의 독립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기획부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