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탐정’을 아시나요

입력 2013-07-15 04:38


직장인 김모(27·여)씨는 최근 키운 지 1년 된 고양이 ‘레오’를 잃어버렸다. 환기를 위해 출입문을 열어뒀는데 한눈 판 사이 집을 나갔다. 온 동네를 다니며 종일 “레오야”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에게 네오는 가족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양이 탐정’ 사무소의 문을 두드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는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주고 사례금 받아 생활하는 ‘나카타’란 노인이 등장한다. 김씨는 이 소설 속 인물과 같은 직업을 가진 한국의 고양이 탐정 노주석(32)씨에게 의뢰했고, 수색 몇 시간 만에 아파트 화단 구석에서 레오를 찾았다.

노씨는 2011년 세 살짜리 고양이를 잃어버렸다가 하루 만에 힘겹게 찾은 경험을 살려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하루 2건 정도 꾸준히 의뢰가 들어오며 사례금은 20만원쯤 받는다. 의뢰를 받으면 먼저 그 고양이의 성격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꼼꼼히 물어 수색 방법을 결정한다. 유인용 미끼로 쓸 간식, 야간수색용 적외선 카메라, 구석진 곳을 살필 내시경 카메라도 준비한다.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대신 철저히 고양이가 돼서 생각한다. 집 나간 고양이는 쉽게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숨어 다닌다. 영역동물이라 살던 곳에서 반경 50m 이상 벗어나지 않는 습성을 가졌다. 고양이가 다닐 만한 길목을 찾아 땅바닥에 엎드려서 차 밑, 담 사이, 화단 등을 먼저 살펴야 한다.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5∼10월은 고양이 탐정이 가장 바쁠 때다. 노씨는 지난해 여름 서울 신월동에서 잃어버린 지 보름 된 고양이를 수색 1시간 만에 찾았는데, 아파트 1층 베란다 밑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해 잔뜩 야윈 채 죽어 있었다. 그는 “펑펑 우는 주인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며 “그래도 고양이를 주인 품에 다시 안겨줄 때의 뿌듯함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기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고양이 탐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노씨처럼 전문 업체를 꾸리기도 하고, 그냥 입소문을 통해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노씨 사무소의 ‘탐정’은 3명. 이들은 간혹 강아지 탐정으로도 변신한다.

글·사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