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민주 “공든탑 무너질라”… 입단속 총력
입력 2013-07-15 05:11
‘새누리당에 빌미를 주지 말자.’
‘귀태’ 설화(舌禍)로 궁지에 몰렸던 민주당이 입단속에 나선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와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속 의원들 ‘말 한마디’가 정국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핵심 당직자는 14일 “새누리당이 우리 당의 말실수만 기다리고 있는데, 될 수 있는 한 자극적 발언은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내에) 퍼져 있다”며 “지도부 차원에서 조만간 의원들에게 이런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근래 들어 ‘공들여 탑을 쌓아 놓으면’ 말 한마디로 이를 다 무너뜨리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으로 여당을 몰아붙이던 와중에 홍익표 의원의 ‘막말’이 터졌고 일부 의원들의 ‘18대 대선 불복’ 취지 발언으로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 협공을 당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히틀러’ 발언까지 나왔다. 김경협 의원은 전날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특위에서 홍준표 경남지사를 겨냥해 “진주의료원 폐업은 홍준표의 독단적 판단이었다. 마치 히틀러가 나치 세력의 결집을 위해 유대인을 집단학살했던 것과 같은 비슷한 모양새”라고 말해 여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사태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선 대단히 불만스럽지만 천인공노할 범죄인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과 비교될 순 없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은 “귀태 발언과 같은 느낌이 든다”며 민주당의 ‘설화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회의가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민주당 간사인 김용익 의원이 “김경협 의원의 발언은 내가 보기에도 지나친 표현이었다”며 중재에 나섰다. ‘말꼬투리를 잡는다’며 버티던 김 의원도 결국 “다소 과도한 비유였음을 인정한다. 비유를 취소하고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물러섰다.
민주당 내에서는 잇단 ‘말사고’에 대해 ‘발언이 다소 과했다’는 반성과 함께 ‘일부 표현을 물고 늘어지는 새누리당 작전에 지도부가 말리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