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활동가 존 와이스 美 코넬대 교수 “인종·종족 학살 지역에 한국 교회 관심 필요”

입력 2013-07-14 18:01 수정 2013-07-14 20:33


“하나님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셨습니다. 세상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한편의 아름다운 모자이크입니다.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자이크를 인간의 손으로 짓뭉개는 것과 같습니다. 인종·종족 학살 지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이비리그 대학인 미국 코넬대에서 평생 역사를 가르친 존 와이스(John Hubbel Weiss·72) 교수는 지난 10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동원글로벌리더십센터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제노사이드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원, 기도를 요청했다. 그는 현재 고려대 국제하계대학에 초빙돼 6주 간 ‘UN의 역사’와 ‘기술의 사회사’를 가르치고 있다.



와이스 교수가 집단학살에 대해 처음 이야기 들은 것은 5세 때다. 그는 “아버지는 당시 독일 베를린에서 나치 전쟁범죄자를 기소하는 검사로 활동하셨다”며 “어린 나이였지만 유태인을 완전 말살하려한 나치들과 그 피해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독일 등 현대 유럽의 역사를 공부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1964년에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한국의 강원도 인제에서 1년간 포병대 장교로 복무했다. 한국방문은 포병복무를 마치고 귀국한지 48년만에 처음이다. 그는 “미국에서 가르친 한국 학생들은 모두 목표를 세워놓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다”면서 “한국이 몰라보게 발전한 것도 그리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와이스 교수는 1992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평화활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보스니아 전쟁은 결국 한 종족을 말살하려는 시도였다”며 “도덕적 모욕이라 여겨져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그는 팀을 구성해 미국 정부가 사라예보 정부에 방어수단을 지원할 것을 촉구하는 평화 캠페인과 모금활동을 벌이고, 의약품과 컴퓨터 부품 등을 현지에 보냈다.



2004년부터는 30만 이상의 사망자와 270만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수단 다르푸르 사태 해결에도 뛰어들었다. 다시 팀을 꾸려 캐나다 오타와까지 자전거로 이동, 캐나다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해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 지원을 약속 받았다. 현재는 남수단공화국 누바산(山)에 숨어 살고 있는 난민들을 지원하는 단체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뉴욕주 이타카(Ithaca) 제일장로교회 장로인 와이스 교수는 장로교 신자로서 자부심이 컸다. 1804년 설립된 제일장로교회는 서부 인디언들을 위해 선교사를 파송한 동부 최초의 교회다. 그는 “장로교회의 특징은 매주 예배가 끝나면 모여서 공부하고, 교육을 잘 받은 목사들이 있다는 점”이라며 “장로교 목사인 나의 형도 신학 상담 사회복지 등 4개의 학위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와이스 교수는 “한국에 세계 최대 장로교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귀국하기 전 우리 교회보다 몇 십 배 큰 이 교회를 찾아가 한국교회가 성장하고 부흥한 이유를 공부하고 분쟁지역 사역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수단에 장·단기 선교사를 파송해 학교를 세우고 신문을 발행하는 일에 한국교회와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들은 목표 지향적이면서도 신뢰성이 높고 연대와 결속 능력이 뛰어나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한국교회가 분쟁지역에 선교사나 평화활동가를 보내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