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지자체와 국제 스포츠 대회

입력 2013-07-14 17:40

“쎄울, 코리아(Seoul, Korea).”

1981년 9월 30일 스위스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위원장이 제24회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을 호명했던 순간을 잊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후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각종 인프라 및 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2년 일본과 공동으로 월드컵을 치른 이후 한국은 국제 스포츠대회의 주요 개최지가 됐다. F1이 2010년부터 7년간 전남 영암에서 열리고 있으며 2011년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이어 2013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2015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삼수 끝에 따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국제스포츠행사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그리고 2019 세계 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나선 광주는 오는 19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다. 광주와 대한수영연맹에 따르면 경쟁자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꺾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지자체들의 잇단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는 ‘독이 든 사과’로 돌아오고 있다. 지자체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 인천시에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줘서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예산처는 지난 5월 ‘국제스포츠행사 지원사업 평가보고서’를 통해 이들 국제 스포츠 대회가 방만한 시설 투자와 사업비 증액 등으로 예산 낭비가 심각하며, 유치 효과가 매우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자체 단체장의 임기 중 치적 쌓기인 경우가 많다. 국비의 지원을 받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당 도시의 인지도와 위상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자체의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와 관련해 외형적 성공과 함께 또 하나의 본질적인 과제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즉 이들 대회가 한국 스포츠 발전에 어떤 도움과 의미를 주는지 검토해야 한다. 참고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당시 외국 선수들의 잔치로 끝나는 등 한국의 육상 발전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광주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한다면 대한수영연맹과 함께 한국 수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