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의 여행] 가타야마 모리히데 ‘미완의 파시즘’
입력 2013-07-14 17:22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부대를 연상시키는 숫자 ‘731’이 선명하게 박힌 전투기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어 한국과 중국의 공분을 샀다. 대체 일본의 극우파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극우 행동과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일까.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인 가타야마 모리히데(50)의 ‘미완의 파시즘’(가람기획)은 21세기에도 잠들지 않는 일본 극우파의 사상적 원류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미완의 파시즘’은 말 그대로 ‘일본은 파시즘이었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전쟁 시기에 오히려 파시즘화에 실패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파시즘 완성에 장애가 됐던 것은 메이지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메이지 시스템은 그것을 만들어낸 원로들에 의해 움직였지만 그들이 사라진 후에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요컨대 일본은 공업 자원과 인적 자원이 충분치 않아 총력전을 치르는 데 적합하지 않은 나라였다. ‘갖지 못한 나라’가 ‘가진 나라’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일본 군대가 극단적인 정신주의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게 바로 극우 이데올로기를 태동시킨 계기였다는 것이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테마를 우회적으로 진술하는 글쓰기 방식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무엇을 위해서 전쟁을 하느냐고? 그저 살기 위해서지.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야. 무엇을 위해서 전쟁을 긍정하느냐고? 역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네. 보다 많은 이익을 뺏기 위해서지. (중략) 살아 있는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면, 전쟁도 아주 좋은 것이지.”
저자가 인용한 일본 작가 오가와 미메이(1882∼1961)의 단편 ‘전쟁’ 가운데 한 부분이지만, 이 지문은 제1차 세계대전의 불길에 뒤덮인 유럽에 군수물자를 조달하면서 그 기반을 닦은 일본 군국주의 전쟁 철학의 실체를 엿보게 한다. ‘갖지 못한 나라 일본의 운명’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종래의 현대사 공백지대를 조명한 자극적인 문제 제기”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2년 제16회 시바 료타로상을 수상했다. 김석근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