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유학 온 볼리비아 두 청년, 루시오와 루벤 “한국서 배운 지식·사랑으로 고국 도울 것”
입력 2013-07-14 17:17
“볼리비아엔 열망은 있는데 기회가 없어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요.”(루시오) “한국어를 잘 하고 싶고 고국에 돌아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NGO 단체에서 일하고 싶어요.”(루벤)
꿈을 찾아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볼리비아 청년 루시오 쎄로그란데 콜게(23)와 루벤 살바도르 카타리(20). 이들은 NGO 월드휴먼브리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2011년 볼리비아 중부도시 코차밤바 시(市) 씨뻬씨뻬 마을에 설립한 ‘직업기술학교’ 학생이다. 이들은 직업기술학교에서 컴퓨터 언어 제빵 재봉 농업기술 등을 배웠다.
두 사람은 청운의 꿈을 안고 지난 3월 신안산대학교(총장 강성락)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이들은 앞으로 2년 동안 신안산대학교 멀티미디어콘텐츠학과에서 공부하며 미래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갈 작정이다. 신안산대학이 학비와 숙소, 생활비를 지원한다.
지난 11일 경기도 안산시 신안산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루벤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는 졸업 후 볼리비아 NGO에서 한국어와 컴퓨터를 가르치는 꿈을 갖고 있다. “일단 한국어를 잘 배워 수업을 잘 따라가고 싶어요. 졸업 후엔 볼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이나 NGO에서 한국어 통역을 하고 싶어요. 또 많은 볼리비아의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발전된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바람입니다.”
성격이 쾌활해 보이는 루시오는 성적이 우수해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엘리트다. 볼리비아 산시몬 국립대 컴퓨터학과 2학년을 다니다 휴학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천연자원이 없어도 크게 발전한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가 정부합작회사를 창립하는 꿈을 갖고 있다. “50∼60년대 한국의 사진을 보고 놀랐어요. 볼리비아보다 더 가난했는데 이렇게 발전했잖아요. 우리 볼리비아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어요. 부지런하고 일처리가 아주 빠르며 진지한 한국인들의 저력인 것 같아요.”
특히 이들은 볼리비아에서 “한국에 가면 인종차별을 당할 거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사실 조금 걱정했고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사랑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학생과 교수님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한국말로 “그래서 많이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라고 말했다.
루벤과 루시오는 “웃으면서 인사하면 서로 행복해집니다”라고 말하며 인사를 나누는 학생과 교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루시오는 “볼리비아에선 정부가 슬로건을 내걸지만 대학 자체가 비전이나 가치를 학생들과 공유하지 않거든요. 여기선 신기한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주변의 사랑과 관심으로 자신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고 고백했다. 한국에 오기 전엔 단순히 좋은 직장을 구하고 돈을 잘 벌 수 있을 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을 가졌는데 이곳에 와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루시오는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돌보는데 재능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열심히 배워 돌아가면 여기서 배운 지식뿐 아니라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전 가난한 집안 출신이에요. 열망은 있는데 기회가 없어 포기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잘 알아요. 가난한 지역에 가서 사랑과 지식을 나눌 것입니다.”
강성락 총장은 “신안산대학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설립된 학교”라며 “학생들에게 지식 전수뿐 아니라 아름다운 신앙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해외로 나가서 선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예수님 사랑을 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들이 돌아가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가 된다면 더 큰일을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두 학생은 우리에게 보내진 선교사들이란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